고용시장 호조로 미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 경계감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서 마감했다.
11일(한국시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00.40원) 보다 3.5원 상승한 1303.9원에 마감했다. 2거래일 연속 1300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올 들어 종가 기준으로 지난 6일(1306.3원)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3.4원 내린 1297.0원에 출발해 장 초반에는 1290원대 후반에서 움직였다. 이후 오전 10시께 오전 하락분을 모두 반납하며 1300원을 넘어섰다. 1300원대 아래로 하향 이탈을 시도했던 환율은 10시 30분부터는 줄곧 1300원 초반에서 움직이더니 장 마감 직전 1304.1원까지 올라섰다.
전날 하락세를 보였던 달러 가치도 다시 오르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11일 오후 4시 기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전장보다 0.51% 오른 107.44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수준에서 마감될 경우 2002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게 된다.
하락 출발했던 환율이 다시 상승 전환한 것은 고용지표 호조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에 이어 이번달에도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커진 영향이다. 오는 13일 6월 소비자물가(CPI) 발표도 앞두고 있는 가운데, CPI가 9%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일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6월 미국 내 비농업 부문 고용자수는 37만2000건 증가했다. 이는 지난달 발표치(38만4000건)에 비해 소폭 감소한 것이지만, 시장 예상치(27만건을)를 크게 상회한 규모다.
고용이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연준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강화됐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고용 보고서로 경제가 강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이는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정당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선호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인플레이션은 하늘 높이 치솟고 있으며, 이는 경제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전반적인 건강과 안정성에 가장 큰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10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미 연준이 7월 회의에서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93.0%로 고용지표가 발표되기 전인 지난 7일(86.2%) 보다 크게 높아졌다.
반면 주요국 통화가치는 하락세를 보였다. 엔화는 일본 아베 신조 전 총리 피살 이후 나쁜 엔저(低)로 지적돼 온 ‘아베노믹스’ 영향력 축소 전망과 위험 회피 분위기 속 강세를 보였으나 일본은행(BOJ)이 현재의 초 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하자 다시 약세를 보이고 있다. 11일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장중 137.27엔까지 올라갔다. 이는 1998년 9월 9일(고가 기준 137.95엔) 이후 최고치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달러 대비 유로화 환율도 20년래 최고치로 올랐고,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 역시 6.7위안 선에서 움직이는 등 치솟았다.
뉴욕 증시 주요지수는 혼조세를 보였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6.40포인트(0.15%) 내린 3만1338.15로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3.24포인트(0.08%) 하락한 3899.38에,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3.96포인트(0.12%) 오른 1만1635.31로 거래를 마쳤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견고한 미 노동과 경기침체 우려 완화로 강달러 모멘텀이 약화되면서 1290원대로 내려섰던 환율이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에 다시 1300원대로 올라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