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을 기념하는 바스티유 데이(14일)에 수퍼마켓 매대에 겨자소스가 동이 나 불만을 터트리는 소비자들이 혁명은 아니라도 작은 소동을 일으켰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프랑스어에서 “피가 끓는다”는 표현은 “겨자가 코끝을 찌른다”는 구절이다. 프랑스대혁명 기념일날 실제로 그런 현상이 벌어졌다. 겨자가 동이나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스테이크, 소시지에 곁들이는 겨자 양념을 못구한 프랑스인들이 호스래디시, 와사비, 워체스터샤이어 소스, 로크포르치즈와 샬롯 크림을 대용으로 쓰고 있다. 그러나 영 만족하지 못한다. 디종 머스타드 소스 맛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프랑스 요리에 버터나 생크림을 많이 쓰기에 겨자는 느끼함을 줄이는데 제격이다. 프랑스 리용에서는 치즈 없이 와인을 마시는 것 못지않게 앙두이에트 소시지를 겨자없이 먹는 걸 상상할 수 없다.
문제는 디종 머스타드의 원료가 리용이 주도인 부르군디 지방에서 생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채산성이 맞지 않게 되자 이 지역 농부들이 겨자씨 생산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겨자소스 생산 대기업 르네 디종의 이사 뤽 방더메세에 따르면 겨자씨의 80%가 캐나다에서 수입된다. 기후온난화로 생긴 캐나다 앨버타주와 사스캐치완주의 가뭄으로 겨자씨 생산이 지난해 50% 줄었다. 부르군디 지방의 생산은 더 타격을 받았다.
방더메세 이사는 “겨자씨 값이 올라서 소스 소매가가 25%가량 올랐다. 도저히 주문을 못맞춘다”고 했다. 그의 회사엔 하루 50통 이상의 주문 전화가 쇄도한다. 전에 없던 일이라고 했다. 디종의 본사로 직접 쳐들어와 소스를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사람도 있다. 프랑스 쇼핑체인 카르푸는 겨자소스 값을 올리려 매점매석하고 있다는 트위터 소문에 시달리고 있다. 브리타뉘의 피에르 그랑기라르 셰프는 홈페이지에 누구라도 겨자소스 좀 달라고 올려뒀다.
상점 매대에선 겨자소스가 완전히 사라졌다. 남아 있는 곳이라도 “1사람 1병만 구매 가능”이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소매상점 주인 앙테르마쉐는 선반에 “캐나다 가뭄”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겨자소스 “재난”이 빚어졌다는 사과문을 붙여놓았다.
자국산 겨자소스에 자부심을 가진 프랑스인들로선 원재료가 프랑스산이 아니며 전세계 공급망에 의존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도 충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문제를 악화시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겨자씨 대량 생산국이다. 그러나 이들이 생산하는 품종은 디종 머스타드 소스에 사용되는 브라시카 준세아(Brassica Juncea) 품종이 아니다. 두 나라에서 생산되는 품종은 주로 독일, 헝가리에서 소비되며 톡쏘는 맛이 덜하다.
두 나라에서 생산되는 겨자씨가 전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이들의 겨자씨를 사용하던 나라들이 다른 품종을 찾게 됐고 “겨자씨 시장을 압박해 가격을 밀어올렸다”는 것이 방더메세 이사의 말이다.
프랑스인들은 연간 1인당 1kg 정도의 겨자소스를 소비해 전세계 최대다. 독일에서도 품귀현상이 시작됐지만 프랑스의 품귀현상과는 차원이 다르다. 프랑스가 캐나다산 겨자씨를 주로 사용하는 때문이다.
위기는 기회다. 순수 프랑스산 겨자소스와 식초를 생산하는 마르탱-푸레의 폴-올리비에 콜르드피에르 공동대표는 르몽드지에 “재국산화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수천 km 떨어진 곳에서 겨자씨를 심고 수확해 항구로 옮기고 콘테이너에 실어 대서양을 건너 집까지 도달한다. 그 비용이 얼마냐. 배출 이산화탄소는 또 얼마고”라고 했다.
방더메세 이사는 부르군디가 “앨버타와 사스캐치완의 대량 생산에는 못미치지만” 생산을 늘리기 위한 조치를 시작했다고 했다. 부르군디 생산자들은 그러나 유럽연합(EU)이 검은 완두콩바구미 구제 농약을 금지한 것이 골치거리다.
당분간 프랑스인들은 고통스럽더라도 겨자소스없이 견뎌야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 혁명 때 1793년 단두대에서 처형된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빵을 달라는 농부들에게 “케익을 먹으라고 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실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와사비를 먹으라고 해라”라는 말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