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원더걸스·카라 등 시대를 풍미한 2세대 걸그룹들이 돌아오고 있다. 블랙핑크·트와이스 같은 3세대와 에스파·있지(ITZY)·아이브 등의 4세대 사이에서도 존재감이 여전하다.
우선 데뷔 15년 만에 솔로 가수로 나서는 그룹 ‘원더걸스’ 출신 가수 선예(SUNYE)가 눈길을 끈다.
선예는 26일 첫 번째 솔로 앨범 ‘제뉴인(Genuine)’을 발매한다. 지난 19일 리드 싱글 ‘글래스 하트(Glass Heart)’를 선공개하며 첫 솔로 활동을 예열했다.
소속사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는 ‘제뉴인’엔 가장 진실된 선예의 모습을 찾는 과정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솔로 가수로 첫발을 내딛는 선예가 지금 현재의 모습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최대한 진실되게 꺼내어보려 노력한 앨범이라는 것이다.
선예는 ‘글래스 하트’를 포함해 타이틀곡 ‘저스트 어 댄서(Just A Dancer)’ 등 수록곡 총 4곡의 작사에 참여했다.
카라 출신 가수 니콜(Nicole)은 8년 만에 국내 가요계에 컴백한다. 27일 오후 12시 새 디지털 싱글 ‘유에프오(YOU.F.O)’를 공개한다. ‘유에프오’는 새로운 사랑의 감정을 우주에 비유했다. 제목은 ‘U.F.O’와 ‘유 윌 파인드 아워 갤럭시(You will find our galaxy)’의 이중적인 의미를 담았다.
니콜은 솔로로 나선 이후 국내에서 미니앨범 ‘퍼스트 로맨스(First Romance)’, 일본에서 정규앨범 ‘블리스(Bliss)’와 다수의 싱글을 발매하며 활동했다.
소녀시대는 완전체 활동에 나선다. 오는 8월8일 정규 7집 ‘포에버 원(FOREVER 1)’을 발매한다. 2017년 정규 6집 ‘홀리데이 나이트(Holiday Night)’ 이후 5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앨범이다. 2세대 걸그룹 중 유일하게 해체하지 않고, 팀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2007년 8월5월 싱글 ‘다시 만난 세계’로 데뷔한 소녀시대는 한류를 확장한 대표 걸그룹 중 한 팀이다. ‘지(Gee)’, ‘소원을 말해봐 ‘(Genie), ‘라이언 하트(Lion Heart)’ 등 발표하는 곡마다 히트를 기록했다.
해체는 했지만, 올해 깜짝 뭉친 팀들이 있다.
그룹 ‘투애니원(2NE1)’은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인디오에서 열린 미국 최대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2022(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2022)’에서 깜작 등장해 대표곡 ‘내가 제일 잘나가’를 불렀다. 리더 씨엘(CL)을 비롯 멤버 4명이 6년4개월 만에 완전체 무대를 선보였다.
씨스타는 지난 22일 방송된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마지막 방송에서 해체 5년 만에 완전체 무대를 선보였다. 멤버들은 최근 세 번째 미니 앨범 ‘아이스(iCE)’로 컴백한 효린에게 힘을 실어줬다.
해체한 그룹들도 컴백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카라는 최근 15주년을 기념해 팀을 거쳐간 멤버들이 기념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며 우정을 과시했다. 올해 깜짝 신곡을 발매할 가능성이 있다. 카라 소속사 DSP미디어를 마마무 소속사 RBW가 인수했는데 새로운 출발 차원에서 회사의 유산인 카라의 브랜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반대로 YG엔터테인먼트가 상표권을 갖고 있는 2NE1의 경우 다른 형식으로 네 멤버가 뭉쳐 신곡을 발매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2세대 걸그룹은 같은 세대 보이그룹과 함께 한류를 연 세대다. 2007년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가 나란히 데뷔하면서 K팝이 본격적으로 해외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소녀시대와 카라는 일본에서 양대 K팝 걸그룹으로 통했고 원더걸스는 K팝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 진입했다. 이로 인해 이들은 국민 걸그룹으로 불렸다. 국내 남녀노소 누구나 이들을 알았고, 해외에서도 인지도를 쌓았다. 팀에서 이탈한 소녀시대 출신 제시카가 중화권에서 개별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이유도 소녀시대라는 간판 덕분이다.
이밖에도 역대 걸그룹 중 가장 진보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였다는 평을 듣는 에프엑스(f(x)), 멤버들의 개성과 감기는 음악이 시너지를 내며 인기를 누린 2NE1을 비롯 미쓰에이, 씨스타, 포미닛, 애프터스쿨, 시크릿, 걸스데이, 에이핑크, 헬로비너스 등 2010년대 초반까지 데뷔한 2세대 걸그룹들은 다양한 개성으로 무장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2016년 이화여대의 학내 시위 현장에서 투쟁가 대신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퍼지면서 아이돌이 단지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넘어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걸 확인하게 만든 지점도 2세대 걸그룹의 공로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1세대 아이돌 그룹과 함께 이겨낸 세대들이 1세대 아이돌에 대한 애증으로 이들을 놓지 못하는 것처럼, 2세대 아이돌과 힘겨운 시절을 관통한 2030 역시 이들을 세월의 일부분처럼 여긴다. 2030이 현재 문화 소비의 중심인 만큼 2세대 아이돌이 활동을 이어갈 시장은 여전히 존재한다.
AOA의 설현, 마마무의 문별 등이 롤모델로 꼽는 소녀시대 리더 겸 솔로 가수 태연의 경우처럼 후배 걸그룹들 사이에서 계속 회자되며 젊은 팬들이 계속 유입되는 것도 2세대 걸그룹의 생명력 연장에 한몫한다. 원더걸스 출신 선미와 포미닛 출신 현아 역시 솔로로 꾸준히 신곡을 내며 젊은 세대 팬층을 흡수하고 있다.
특히 신비주의를 내세워 팀 위주로 활동했던 1세대와 달리 개별 활동을 하며 멤버별로 인지도를 쌓아올린 것도 장수 비결이다. 다시 완전체로 뭉쳤을 때 그 만큼 화제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컴백 바람은 무엇보다 자아실현 등을 위한 멤버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아이 셋의 엄마인 선예의 경우 올해 초 tvN ‘엄마는 아이돌’의 화제성이 복귀 발판을 마련해줬는데, 더 늦기 전에 솔로 활동을 통해 팬들에게 직접적으로 하지 못한 자기 얘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룹의 경우 멤버들의 자발성이 없었으면 컴백이나 복귀가 불가능했다. 데뷔 10년차가 훌쩍 넘은 이들은 각자 발언권이나 영향력을 갖고 있다. 소녀시대의 경우 티파니, 수영, 서현은 현재 소녀시대를 발굴한 SM 소속이 아님에도 기꺼이 스케줄을 조정해 함께 하고 있다.
이처럼 그룹 활동의 재개는 예전 영광의 재현을 하겠다는 거창함보다 멤버들 간 우정을 이어가는 동시에 팬들과 유대감을 지속하는 데 있다. 특히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는 것이 아닌 스스로 이제 뭔가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에 방점이 찍힌다.
2NE1의 코첼라 완전체 무대를 주도한 씨엘은 “너무 늦어지기 전에 나의 힘으로, 우리의 힘으로 모이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