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패럴림픽 대회 조직위원회의 다카하시 하루유키 전 이사가 올림픽 대회 스폰서인 신사복기업 아오키홀딩스(AOKIHD)측에서 거액의 자금을 수령했다는 사건과 관련해 도쿄지검 특수부가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도쿄지검 특수부는 27일 아오키 히로노리 전 아오키홀딩스 회장의 도쿄 자택과 도쿄도청 본청에 있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아오키 전 회장의 자택에는 이날 오전 9시께 특수부 검사와 수사관 등이 차례로 방문해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아오키홀딩스는 이날 아오키 전 회장이 압수수색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사태를 엄숙히 받아들이고 계속 수사에 협력할 것”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앞서 도쿄지검 특수부는 지난 26일 다카하시 전 이사의 도쿄 자택과 올림픽 대회 스폰서 모집을 담당했던 일본의 최대 광고대행사인 덴츠 본사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아오키 전 회장은 검찰의 임의 사정청취에서 다카하시 전 이사 측에 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다카하시의 힘에 기대했다”고 진술하는 한편, 아오키홀딩스의 한 간부는 “그(다카하시)의 소개나 조언에서 라이선스 상품을 원활하게 판매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를 두고 도쿄지검 특수부가 아오키홀딩스 측이 제공한 자금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 강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임의 사정청취는 일본 검찰의 조사방법 중 하나로 구속되지 않은 피의자나 참고인을 대상으로 사건의 사정 또는 정황을 듣기 위해 이뤄진다.
다카하시 전 이사가 스폰서 기업 선정 뿐만 아니라 올림픽 관련 납품 계약에도 관여한 정황이 추가로 포착됐다.
마이니치 신문은 27일 마이니치 신문은 다카하시 전 이사는 스폰서 선정의 실무를 담당했던 일본 최대 광고회사인 ‘덴츠’ 측에 아오키홀딩스가 심판단체복 제작사로 결정되도록 주선한 혐의가 있다고 보도했다.
다카하시 전 이사가 대표로 있는 회사(커먼스)가 아오키홀딩스측으로부터 약 4500만엔(약 4억3172만원)을 수령한 의혹이 제기되자, 도쿄지검 특수부는 다카하시 전 이사의 도쿄 자택과 관계회사 등을 전날 압수수색했다.
다카하시 전 이사는 덴츠에서 전무를 지낸 임원 출신으로 2011년 이 회사 고문직을 퇴임한 뒤 2014년 6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이사로 취임했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전했다.
아오키홀딩스가 스폰서를 맡은 분야는 ‘비즈니스 및 포멀웨어’ 업종으로, 스폰서 계약에는 우선적으로 심판단체복을 제작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돼 있었다.
조직위로부터 업무 위탁을 받은 덴츠는 각 기업과의 스폰서 계약을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에 다카하시 전 이사는 덴츠 측에 아오키홀딩스와 계약하도록 하거나 심판단체복 제작과 관련된 금액을 언급하는 등 계약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다카하시 전 이사가 대표로 있는 컨설팅 회사 ‘커먼스’는 2017년 가을무렵 아오키홀딩스 측과 컨설턴트 계약을 맺었다. 월 100만엔(약 960만원)을 기본으로 올림픽 폐막 무렵까지 약 4년 동안 다카하시 전 이사 측에 지불된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까지 총액은 4500만엔으로 추정되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일본 언론들도 ‘최소 4500만엔’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아오키홀딩스는 2018년 10월 올림픽 후원사 중 하나인 ‘공식서포터’로 선정돼 심판단체복을 제작했다. 올림픽 엠블럼(상징)이 새겨진 정장 등 공식 라이선스 상품을 약 3만개 판매했다.
올림픽조직위 이사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특별조치법에 의해 공무원으로 간주하는 규정에 따라 직무에 관해 금품을 수령한 경우 형법의 뇌물수수죄로 처벌될 수 있다.
다카하시 전 이사는 마이니치 신문에 “올림픽에 관한 압력은 일절 하고 있지 않다”며 뇌물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올해 봄부터 아오키 히로노리 전 회장 등 아오키홀딩스의 간부들을 조사해 다카하시 전 이사에게 자금이 제공된 사실을 포착했으며, 아오키 전 회장은 “다카하시의 힘을 기대했다”며 검찰에 뇌물 제공 사실을 인정했다.
도교지검 특수부는 전날 덴츠 본사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며, 압수물을 분석해 올림픽 대회 스폰서 계약 과정과 절차, 불투명한 자금 제공 경위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