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총격으로 숨진 후 그를 추모하기 위해 일본 정계가 움직이면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엔 추도 연설자에 대한 반발로, 연설 자체가 연기될 전망이다. 국장에 대해서는 여론의 반대에 이어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협박’까지 잇따르고 있다.
29일 마이니치 신문,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이 8월 임시국회에서 실시할 예정이었던 아베 전 총리의 추도연설을 연기하는 방향으로 검토에 돌입했다. 연설자인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전 간사장에 대한 비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아베 전 총리가 수장이었던 자민당 최대 파벌 아베파에서 반발이 거세졌다.
문제는 아마리 전 간사장이 지난 20일 보낸 메일 매거진이다. 그는 아베파에 대해 “당분간 집단지도 체제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 하나, 현재 상황에서는 전체를 총괄할 힘도 카리스마도 없다”고 썼다.
하지만 그는 아베파가 아닌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가 이끄는 아소파 소속이다.
아베파 최고 고문인 에토 세이시로(衛藤征士郞) 전 중의원 부의장은 지난 21일 파벌 회의에서 “이렇게 모욕당한 적은 없다”고 격렬하게 반발했다. 아베파 내에서는 “아마리 전 간사장이야말로 카리스마가 없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당초 자민당은 아마리 전 간사장의 추도연설이 “아베 전 총리의 유족의 의향을 감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베파 내에서는 “왜 아베 전 총리가 남긴 파벌을 조롱하는 아마리 전 간사장이 연설을 하느냐”, “국민의 마음은 아마리 전 간사장이 아니다” 등의 반대 의견이 나왔다.
이에 자민당 내에서는 아마리 전 간사장 대신 2차 아베 내각에서 약 7년 8개월 간 관방장관을 지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외무상을 오래 지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아베 전 총리의 국장에 대한 반대 여론도 거세지는 모습이다.
TV아사히 뉴스, 후지뉴스네트워크(FNN)에 따르면 최근 지방자치단체에는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을 중단하지 않으면 아이를 납치하겠다”, “아이를 스턴건으로 기절시킨 뒤 유괴하겠다”, “폭탄을 대중교통, 상업시설 등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 특공시키겠다”는 협박문이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협박문은 지바(千葉)현, 히로시마(広島)현, 시가(滋賀)현, 사이타마(埼玉)현 등 전국 각지의 지방자치단체가 받고 있다.
앞서 지난 25일 보수 성향 산케이 신문이 발표한 후지뉴스네트워크(FNN)와의 공동 여론조사(23~24일) 결과 아베 전 총리의 국장에 대해 “좋았다”, “어느 쪽이라고 말한다면 좋았다” 등 긍정적인 응답은 50.1%였다.
또한 “좋지 않았다”, “어느 쪽이라고 말한다면 좋지 않았다” 등 부정적인 응답은 46.9%였다. 산케이는 정부가 아베 전 총리 국장을 결정한 데 대해 여론의 찬반이 나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