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5일(현지시간) 동아시아 외무장관들이 참석한 회의에 러시아·중국 외교장관들과 함께 했지만 눈길도 주지 않았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미국, 러시아, 중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열린 동남아시아 고위 외교관들과의 회담에서 러·중 외교장관들과 함께 참석했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진행한 동아시아 정상회의는 세 사람이 같은 포럼에 참석하기로 예정된 첫 회의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 여자프로농구(WNBA)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가 마약 소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러시아로부터 9년형을 선고받은 지 하루 만이기도 하다.
중국은 이번 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격노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여 대만을 포위하는 대규모의 군사 훈련을 전개하며 미국을 향한 무력시위 중이다.
이날 미·중·러 최고 외교수장 간의 만남은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현재의 국면과 이해관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회의장에 들어서자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이미 자리에 앉은 라브로프 장관에게 빠른 손짓을 한 뒤 자리에 앉았다. 라브로프 장관도 왕 부장에게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세 사람 중 가장 마지막으로 회의장에 들어온 블링컨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과 의자 6개 정도 떨어진 자리에 앉으면서 시선을 돌리지도 않았고, 라브로프 장관과 같은 테이블의 더 먼 곳에 앉아 있는 왕 부장에게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AMM) 기간 중 라브로프 장관이나 왕 부장 두 사람 중 한 사람과 1대1로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동아시아정상회의 의장국인 캄보디아의 쁘락 소콘 외무장관은 “모든 대표자들이 이 포럼을 상호간의 포용과 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2시간30분간의 회의를 시작했다.
소콘 장관은 비공개 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 등을 염두에 둔 듯 “매년 우리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안고 있지만 올해와 달리 우리가 동시에 이렇게 많은 위험에 직면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