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예고됐던 하반기 ‘모바일 대전’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끝판왕’ 애플이 하반기 신작을 대거 쏟아낸 가운데 한발 앞서 폴더블폰 신제품 등을 공개한 삼성전자와의 맞대결이 예고된 상황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갤럭시 Z 폴드·플립4, 갤럭시워치5 시리즈, 갤럭시 버즈2 프로를 출시한데 이어 애플이 아이폰14 시리즈, 애플워치8 시리즈, 에어팟 프로2를 선보였다. 공교롭게도 글로벌 시장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 업체가 똑같은 라인업을 선보이게 된 셈이다.
이번 신제품 출시의 주인공은 양사 모두 단연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폴드·플립4로 본격적인 폴더블폰 대중화를 모색하고 있고, 애플은 대폭 강화된 아이폰14의 성능으로 ‘프리미엄 위의 프리미엄폰’을 추구하는 모양새다.
◆’폴더블 대중화’ 이끌 폴드·플립4…”단점 줄이고 가격도 안 올려”
삼성전자는 올해 폴더블폰 출하량을 전년 대비 2배 수준인 1500만대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판매부터 순풍을 탔다. 국내에서는 사전판매가 진행된 일주일 동안 폴더블폰 역대 최대치인 약 97만대의 사전 판매량을 기록했고,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주요 36개국에서도 폴드·플립4의 출하량이 전작 대비 2배 뛰었다.
4세대 폴더블폰의 핵심은 ‘전작 단점 개선’과 ‘가격 안정화’다. 먼저 대화면 폴더블폰인 폴드4의 경우에는 화면비가 보다 자연스러워졌다. 커버 스크린의 경우 세로는 3.1㎜ 줄고 가로는 2.7㎜ 길어지는 등 일반 막대형 스마트폰에 가까워졌고, 메인 스크린도 세로는 3.1㎜ 줄고 가로는 3㎜ 길어져 더 넓어졌다.
태스크바·스와이프 제스처 등을 통해 폴드 시리즈의 핵심인 멀티태스킹 기능을 눈에 띄게 강화했고,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업무용 앱과의 연동성도 개선했다. 폴드 시리즈의 고질병이었던 무게도 전작 대비 8g 줄여 역대 폴드 시리즈 중 가장 가벼운 무게(263g)로 휴대성을 높였다.
클램쉘 폼팩터(조개껍데기 모양)의 플립4 또한 전작에서 언급됐던 단점은 개선하고, 장점은 보다 강화했다. 셀피를 즐길 수 있는 ‘플렉스캠’이 대표적이다. 플립 시리즈가 주로 MZ세대, 여성층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보다 새롭고 다채로운 촬영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 플립4의 플렉스캠 기능을 이용하면 일반적인 막대형 스마트폰으로는 어려운 다양한 촬영 각도를 구현할 수 있다.
가장 큰 단점으로 거론됐던 배터리 문제도 해소해 전작(3300mAh) 대비 용량이 약 12% 커진 3700mAh 배터리가 탑재됐고, 초고속 충전을 지원해 25W 이상 충전기를 사용하면 0%에서 약 30분 만에 최대 5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이 앞장서 강조할 만큼 폴더블폰의 가격 안정화에 공을 들였다. 폴드4의 경우에는 전작과 같은 199만8700원(256GB)으로 책정됐고, 플립4는 140만8000원(256GB)으로 전작보다 가격이 올랐지만 높은 환율, 부품 수급 문제 등을 고려했을 때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역대 가장 진일보한 아이폰”…아이폰14 프로 라인업, 디자인부터 두뇌까지 ‘초진화’
하루 전 공개된 아이폰14 시리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프로 라인업의 차별화다. 전작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일반·플러스 모델과 달리 프로·프로 맥스 모델은 확실한 진화를 보여줬다.
일반과 플러스 모델의 경우 전작보다 일부 성능이 개선되긴 했지만 스마트폰의 두뇌인 AP(앱 프로세서) 또한 전작과 같은 A15 바이오닉 칩이 탑재됐고, 기대를 모았던 ‘노치 제거’도 적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프로와 프로 맥스는 다르다. 애플이 ‘역대 가장 진일보한 아이폰’이라고 자신한만큼 AP, 카메라, 디스플레이, 디자인 등 전반적으로 큰 변화를 맞았다.
당장 눈에 띄는 건 ‘M자탈모폰’ 조롱의 원흉이었던 노치가 아이폰14 프로와 프로 맥스에서는 제거됐다는 점이다. 기기 전면부 상단을 검게 가리고 있던 노치가 사라지고 물방울 모양의 ‘펀치홀’이 전면 카메라 위치에 자리하게 됐다.
AP 또한 역대 스마트폰 사상 가장 빠른 A16 바이오닉 칩이 적용됐다. 애플은 A16 칩을 두고 경쟁사 제품 대비 몇 세대 앞서 나간 성능을 자랑한다고 강조했다. A16 칩은 6코어 CPU(중앙처리장치)를 통해 경쟁 제품 대비 최대 40% 빠른 속도를 보이고, 5코어 GPU(그래픽처리장치)가 고사양 그래픽 게임과 앱을 완벽하게 실행해 준다. 초당 17조 회에 가까운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16코어 뉴런 엔진도 갖췄다.
카메라 성능도 전작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수준으로 올라섰다. 아이폰 시리즈 최초로 4800만 화소의 메인카메라가 장착됐고, 4개의 픽셀을 결합한 쿼드 픽셀 센서를 통해 저조도 사진까지도 완벽하게 촬영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센서 중앙에 위치한 1200만개의 픽셀을 이용해 디지털 줌 없이 풀 해상도로 사진 및 4K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도록 해주는 2배 망원 옵션도 제공된다.
디스플레이의 경우엔 아이폰 사상 최초로 ‘상시표시형(AOD)’ 기능이 탑재됐고,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중 가장 높은 최대 2000니트의 야외 부분 최대 밝기까지 누릴 수 있다. 전작 프로 시리즈 대비 밝기가 2배 향상된 수준이다. 이외에도 아이폰14 전 모델에는 위성 통신을 활용한 긴급 구조 기능, 충돌 감지 기능, 헬스케어를 위한 ‘애플 피트니스+’ 등이 포함됐다.
이처럼 아이폰14는 프로 라인업 차별화를 통해 ‘역대급’ 성능을 선보였지만, 한국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소식도 함께 전해졌다. 출시 전 관측과 달리 미국 현지 출시가는 전작에서 동결됐지만, 달러 강세로 인해 한국 출시가는 약 20만원 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아이폰14의 한국 출시가는 ▲아이폰14 125만원 ▲아이폰14 플러스 135만원 ▲아이폰14 프로 155만원 ▲아이폰14 프로 맥스 175만원부터 시작된다. 가장 비싼 프로 맥스 1TB 모델은 250만원에 달한다. 역대급 성능을 탑재하긴 했지만 가격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가 스마트폰 시장, 애플이 분명 우위…삼성 ‘폴더블폰’ 선전 여부 주목해야
삼성전자와 애플이 나란히 하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선보이면서 맞대결을 펼치게 됐지만 분명 우위에 있는 것은 애플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400달러(약 55만원) 이상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애플은 점유율 57%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삼성전자는 19%로 2위에 올랐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전년 대비 2%포인트 증가하긴 했지만 애플도 1%포인트 늘면서 격차를 유의미하게 좁히진 못했다.
판매 전망치의 경우에도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연간 판매량 목표치가 1500만대인 반면 아이폰14 시리즈는 초도물량만 9000만대에 달한다.
물론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이라는 신형 폼팩터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입장이고, 애플은 원래부터 강세를 보여왔던 전통적 ‘바형 스마트폰’을 선보였기에 양사가 완전한 동일선상에 서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함께 선도하고 있는 양사가 불과 한 달 차이를 두고 야심작을 선보인 만큼 폴더블폰과 바형 스마트폰, 대중화와 프리미엄화라는 전략 대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 외에도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 등 완전히 동일한 라인업을 선보인 만큼 추석 이후 본격화될 ‘모바일 대전’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