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욕망과 과시 대상이자 신분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며 문화적 상징이다.
복식학자들에 따르면 18세기까지 유럽 엘리트 집단의 복식에서 성별 차이는 크지 않았다. 귀족 남녀 모두 레이스·벨벳·고급 실크 뿐 아니라 장식이 과한 신발·가발·모자·화장품을 사용했다.
그중 현대 소비 모형의 유래가 된 루이 14세는 사치스럽고 화려한 의복과 장신구에 빠졌고, 프랑스의 위대함을 주장하고자 연회와 축제, 무도회를 개최했다.
패션의 유행을 선도하는 왕을 모방하려는 귀족들은 막대한 빚을 지기에 이르렀다. 유럽은 사치 규제법을 제정해 하류층 사람들이 상류층처럼 입거나 생활하는 것을 금지했다. 패션은 엘리트들만의 것이었고, 복식은 계급의 상징이자 권력이었다.
18세기 말 유럽 엘리트 남성들이 비즈니스와 레저 맥락에서 실용성을 추구하면서 패션에 대한 관심과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은 여성의 것이 됐다. 패션은 여성의 낮은 지위에 대한 보상으로 여겨졌고, 끊임없이 ‘숙녀다움’을 강요받은 아내와 딸들의 우아함은 남성의 부와 명성을 과시하는 수단이 됐다.
‘패셔놀로지'(사회평론아카데미)는 패션을 사회 현상이자 제도화된 시스템으로 바라보며 패션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을 시도한 책이다.
패션과 패션 디자이너의 기원부터 의복과 패션 차이, 오늘날 패션업과 시스템을 갖추게 한 사회, 역사적 과정을 살펴보고, 21세기 하위 문화와 디지털 시대가 패션과 디자이너에게 미친 영향을 탐구한다.
고전 사회학부터 시카고학파 등 현대 사회학 이론까지 사회학 개념을 동원해 패션과 패션 현상, 패션 제도를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