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예비군 부분 동원령을 전격 발표한 가운데 러시아인들이 이미 군 소환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지만 군 전문가들은 실제 병력을 갖추기까지 수주에서 수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WP는 복수의 러시아 현지 매체 보도를 인용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 등에 거주하는 러시아인들이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의 군 소환장을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고라 변호사 단체의 대표인 파벨 치코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공공 서비스 직원들이, 모스크바에서는 의료진들이 군대에 참가하라는 집단 소환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한 도시에 사는 4명은 경찰이 동료나 친척에게 소환장을 건네는 것을 봤다고 WP에 익명으로 제보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사는 2명의 IT직원도 직장에서 소환장을 받았다며 “소환장을 받은 이들은 신참이 아니다. 학위와 함께 군사 훈련을 받아 계급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무르만스크에서는 약 10년 전 체첸 전쟁에 참전했던 니켈 공장 직원이 현지 위원회 사무소에 출두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러시아 매체 미디어조나는 최소 3개의 도시에서 남성들에게 군사훈련을 명령하는 통지가 접수됐다고 보도했다.
크름반도도 푸틴 대통령의 부분 동원 지원에 나섰다. 러시아가 임명한 크름반도 수장인 세르게이 악세노프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사무실이 설립됐다면서 “어려운 시기에 동원될 작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악세노프는 “공화국 정부와 부처가 러시아군 지휘부와 직접 접촉해 일하고 있다”며 “우리 나라의 독립과 미래는 비록 지금은 어려운 시기인 것은 알고 있지만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전체가 반대하는 이 특별군사작전의 진전에 달렸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 국영TV에 “동원 준비와 관련한 모든 임무는 대통령령에 따라 크름반도에서 전면 시행될 것”이라고 했다.
다른 크름 정부 관리는 키이우 정부가 야만적이고 서방이 러시아를 분열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크름반도 세바스토폴의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주지사는 “키이우 정권의 위협과 테러 정책은 점점 더 끔찍하고 야만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며 “서방의 목표는 러시아를 약화시키고 분열시켜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러시아의 군 동원에도 막상 실제 병력을 갖추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군사분석가들은 “푸틴의 부분동원 발표에도 러시아가 전투준비 부대를 추가로 동원하고 훈련·장비 등을 갖추는 데 수개월까지는 아니라도 몇 주가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예비군을 동원하더라도 장비와 차량, 무기 등이 부족한 상태인 만큼 전투에서 패배한 부대를 대체할 새로운 부대를 내년초까지 창설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프레데릭 B. 호지스 전 유럽 최고사령관은 “우크라이나에 제대로 장비를 갖추고 훈련·조직하고 배치하려면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대규모 포병 지원이 없다면 새로 유입된 병사들은 우크라이나군이 계속 압박하기 때문에 올 겨울 춥고 습한 겨울에 희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K.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교전으로 5937명의 러시아 군인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사상자를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서방 관계자는 이보다 더 많은 8만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