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원·달러 환율이 1420원을 넘으며 올 3분기에만 3500억원 이상 환손실로 ‘자본잠식’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앞둔 대한항공은 속내가 복잡해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자본잠식에 빠진다고 해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변함 없이 추진할 입장이지만, 내심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며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대한항공의 속앓이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아시아나항공의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며 대한항공 인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올 2분기(6월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자본금과 자본 총계는 각각 3720억원, 2046억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3분기(7~9월)에만 원·달러 환율이 1298원에서 1439원으로 크게 오르며 아시아나항공의 환손실은 3585억원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환손실이 자본총계(2046억원)을 초과해 완전 자본잠식에 빠지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고환율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환율이 1500원에 달할 수 있다고도 전망한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1769억원, 2113억원 등 5분기 연속 흑자를 낸 아시아나항공이 3분기 이후부터는 실적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고환율로 환손실 규모가 클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까지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강세는 항공업계 입장에선 대표적인 악재다. 국내 항공사들은 항공유와 항공기 임대료 등 모든 비용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대한항공은 약 35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약 284억원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고환율로 인한 여행 심리까지 위축될 수 있어 환율 상승으로 입는 피해는 더 크다는 평가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 중인 대한항공은 속내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국내 항공업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 아래 인수를 진행하고 있지만 고환율에 따른 경영난은 대한항공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다. 대한항공은 당장 아시아나항공이 자본잠식에 빠진다고 해도 계획대로 합병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KDB산업은행 지원을 바라는 것도 쉽지 않다. 현재 양사 합병에 대한 해외 당국의 승인이 진행 중인데 아시아나에 지원금을 투입했다가는 심사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해 필수 신고 국가인 미국과 EU, 일본, 중국과 임의 신고 국가인 영국 등 총 5개국의 심사를 남겨두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연말까지 완전 자본잠식 상태를 이어간다면 상장 폐지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50% 이상 부분 자본잠식이 벌어지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세종대 황용식 교수는 “자본잠식은 기업 재무상태가 나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어서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큰 부담과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중장기 관점에서는 시장 장악력이나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은 여전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