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미국대통령은 12일 미국의 법률 시스템을 ” 다 무너진 수치스러운 시스템”이라고 공격하는 발언을 했다. 이는 1990년대 중반에 트럼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칼럼니스트 진 캐롤이 지난 주에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 관련해서 판사가 다음 주에 트럼프에게 재판정에 나와서 선서후 증언하도록 소환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오랜 세월 ‘엘르’ 잡지의 상담 칼럼니스트로 일해온 진 캐롤이 2019년 그를 고소한 것을 두고도 ” 완전한 사기이며 거짓말”이라고 욕설을 했다.
12일 밤 늦게 터져나온 트럼프의 이 같은 반응은 몇 시간 전에 미 연방법원 맨해튼 지법원의 루이스 A. 캐플란 판사가 트럼프의 증언 날짜를 10월 19일에서 더 연기해 달라는 변호인단의 요청을 기각한 뒤에 나온 것이다.
캐플란 판사는 캐롤이 트럼프가 1990년대 맨해튼의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의 탈의실에서 자신을 강간했다고 고발한 사건을 맡아왔고 트럼프는 이 재판을 “완벽한 사기사건”이라고 불렀다.
“나는 이 여자를 모른다. 누군지도 모르겠고, 다만 여러 해 전에 그녀의 남편과 나와 함께 찍은 사진을 갖고 있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다. 그 때 나는 어떤 파티의 명사 자선행사에서 줄을 서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고 트럼프는 주장했다.
“그 곳은 혼잡한 뉴욕시내 백화점 입구였는데 몇 분 안에 내가 그녀를 덮쳤다는 건 완전히 날조된 스토리이며 사기다. 지난 7년 동안 나를 공격했던 수 많은 사기극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라고 트럼프는 말했다.
캐롤의 증언 날짜는 14일로 결정되어있다. 그녀의 변호사 로베르타 캐플란은 판사의 결정에 만족한다며 다음 달에는 전력을 다해서 재판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마침 뉴욕주 의회가 ‘성인 생존자법’을 통과시킨 직후여서, 캐롤의 변호인단은 강간 주장과 그 피해보상 요구를 아무런 방해나 제한 없이 추진할수 있게 되어있다.
트럼프의 법률팀은 그 동안 이 소송의 날짜와 증인 심문을 지연시키기 위해서 갖가지 법률적 책략을 동원해왔다. 하지만 캐플란 판사는 이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특히 78세의 캐롤과 76세의 트럼프, 기타 증인들의 고령 때문에도 지연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캐롤의 고소 내용은 2019년 트럼프가 자신을 성폭행한 사실을 부인함으로써 고발을 한 자기의 명예와 평판을 훼손했다는 취지이다. 트럼프 변호사들은 이에 대해 당시 피고인은 (대통령 직) 업무를 수행 중이어서 캐롤의 주장에 대해 “그녀는 내 타입이 아니다”란 말로 일축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트럼프는 12일의 성명에서도 이 사실을 재차 강조하며 “그녀는 내 타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캐롤이 사건 당일이 언제인지, 몇 월인지, 몇 년도인지도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 것은 그런 사건이 애초에 없었기 때문에 자세히 특정했다가는 거짓말임이 드러날까봐 그런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측의 논리 대로라면 애초의 재판에서 피고가 된 트럼프의 지위가 계속 유지되느냐도 관건이다. 그럴 경우 연방 공직자인 트럼프의 행동으로 인해 미국 정부까지 이 사건의 피고가 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캐플란 판사는 이에 대해 트럼프가 계속해서 이 재판의 증거수집 (증언)을 연기하거나 늦추는 작전을 써왔다며 “지금까지의 행동으로 볼때 그의 범행사실과 은폐의도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 재판의 진행은 사실상 트럼프와 캐롤의 증언을 빼고는 거의 완결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 밖에 두 사람의 증언은 다음 달에 캐롤의 변호인이 제기할 새로운 소송에서도 유력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