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월부터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 미국 가계와 기업 재정 상황이 이례적으로 강해 금리를 더욱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고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올 들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려온 연준은 오는 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4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것이 확실시된다. 이 경우 미국 기준금리는 3.75~4.00%에 이르게 된다.
일부 관계자들은 이번 회의 이후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최근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때”라며 “영원히 0.75%포인트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금리 속도에 대한 논쟁은 금리가 궁극적으로 얼마나 올라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을 모호하게 할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높은 금리에 대한 지출 민감도가 낮아졌다면서 금리를 4.6% 이상으로 더욱 올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릭 로젠그렌 전 보스턴 연은 총재는 “지금까지 금리 인상에 대한 경제 회복력을 고려할 때 금리 인상이 충분했는지가 가장 큰 문제”라며 “(연준이) 시사한 것보다 조금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긴축을 통해 지출을 억제하고 경제를 둔화시켜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고자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가계 및 기업 재정을 이례적으로 강한 상태로 만들었다.
미 연방정부가 코로나19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며 가계 저축이 증가했다. 연준 이코노미스트들 추산에 따르면 미국 가계가 지난해 중반까지 축적한 저축액은 1조7000억달러 정도로, 만약 코로나19 이전처럼 소득과 지출이 증가했다면 저축했을 정도를 넘어선다.
기업들은 초저금리 시대 혜택을 입었고 주정부와 지방정부도 현금이 넘쳐 2007~2009년 경기침체 이후보다 나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금리에 민감한 주택 시장이 침체에 접어들었을 뿐 나머지 경제 부분은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WSJ는 진단했다. 실제 유나이티드항공, 뱅크오브아메리카, 네슬레, 코카콜라, 넷플릭스 등 기업들의 실적에서 여전히 강력한 소비자 수요가 감지됐다.
결국 미국 경제를 냉각시키기 위해선 금리를 더욱 올릴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WSJ는 밝혔다.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찬성하는 입장인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최근 연준의 최종 금리 목표치는 예상보다 높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을 맡았던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기준금리가 내년에 궁극적으로 5.25%에 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