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이라고 모든 약을 먹지 않고 버티는 것은 아무 약이나 먹는 것과 같이 위험할 수 있다.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임산부가 먹어도 되는 약과 주의해야 하는 약이 따로 있다.
김정은 약사는 식약처 유튜브 ‘약국이 즐거워지는 시간’ 코너를 통해 “아무리 임산부라도 몸이 아플때 무조건적으로 버티는 것은 아무 약이나 먹는 것과 같이 위험하다”며 “임산부에게도 안전성이 입증된 약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약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전문가와 상의 후 안전하게 약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임신 중 기형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약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약물은 선천성 기형 발생률이 1~3%를 넘지 않는다”며 “다만 우리에게 친숙한 약 중에서도 임산부가 먹어서는 안 되는 약들이 있기 때문에 꼭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열이 날 경우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 진통제를 복용하면 된다. 해열 진통제는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나프록센, 아스피린 등의 종류가 있다. 이 중 임산부가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는 약은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해열 진통제이다.
김 약사는 “오랜 기간 임산부에게 사용돼 단기간 권장 용량 범위 내의 복용은 태아의 기형 확률을 증가시키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며 “그러나 장기 복용 시에는 자폐증 등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과도한 복용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나프록센, 아스피린 등 비스테로이드성 소염해열진통제의 경우 식약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임산부는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임신 20주 이후 이런 소염진통제를 사용하게 되면 양수과소증을 유발해 태아에게 심장기능, 동맥관 조기 폐쇄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소염해열진통제는 먹는 약 뿐 아니라 근육통 등에 쓰는 파스 성분에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파스를 이용하기 전에도 확인이 필요하다.
제산제의 경우 알마게이트 성분이 임산부에게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락툴로오스 성분, 차전자피 성분의 다당류나 섬유소 변비약의 경우 태아나 모체에 위험이 없어 임산부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소화 효소제들은 임산부에게 있어서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마시는 물약 소화제의 경우에는 ‘현호색’이라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현호색은 임산부에게 자궁 수축을 일으켜 유산 및 조산 부작용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권장되지 않는다.
김 약사는 “물론 유산이나 조산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양을 복용해야 되는 것이지만, 그래도 임신 중이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임산부가 반드시 피해야 하는 약은 여드름 치료제인 이소트레티노인이다. 이소트레티노인은 피지 조절을 위해 사용되는 의약품으로, 투여기간이나 용량에 상관없이 기형아 유발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외에도 일부 혈압약, 고지혈증 치료제인 스타틴류, 조울증에 쓰이는 리튬, 일부 항생제도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