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다는 뜻에서 카타르 월드컵 미국전에서 패배를 축하하던 27세 이란 남성이 보안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30일(현지시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인권 활동가들에 따르면 메흐란 사막(27)은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북서쪽 카스피해 연안 도시에서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이란 대표팀의 패배를 축하하다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인권단체 관계자는 “사막이 미국과의 경기에서 이란 국가대표팀이 패배한 뒤 보안군의 직접적인 표적이 됐다”며 “머리에 총을 맞았다”고 말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이란인권센터(CHRI)도 사막이 패배를 축하하던 중 보안군에게 살해됐다고 밝혔다. CHRI이 공개한 비디오에는 사막의 장례식에서 조문객들이 “독재자들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는 반정부 시위단이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향해 외치는 구호 중 하나다.
그동안 많은 이란인들은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것을 거부해왔다. 30일 미국과의 경기가 끝난 뒤 소셜미디어(SNS)에는 시합에서는 패배했지만 오히려 환호하는 이란인들의 모습과 불꽃놀이 영상 등이 공유됐다.
미국과 이란은 40여년 전 국교를 단절한 앙숙 관계다. 그럼에도 이란인들이 미국에 패배하면서 월드컵 16강 탈락을 축하한 배경은, 현재 이란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 등 이슬람 율법이 요구하는 복장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 구금되던 중 의문사하면서 이란 전역에 반정부 시위가 촉발됐다.
경찰은 아미니가 지병인 심장마비로 자연사했다고 주장했지만 가족들은 고문을 당하고 죽었다고 반박했다. 3개월 째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무력 진압의 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에 따르면 이란 보안군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18세 미만 어린이 60명과 여성 29명을 포함 최소 448명이 사망했다.
한편 사건이 발생한 뒤 미국전에 출전한 이란 국가대표 미드필더 선수 에자톨리히는 사막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유소년 축구팀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어젯밤 쓰라린 패배 후 당신이 죽었다는 소식에 가슴이 아파왔다. 어린시절 동료다”라고 적었다.
사막이 사망한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가면들이 떨어질 것이고 진실은 드러날 것”이라며 “이것은 우리 젊은이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도, 우리나라가 마땅히 받아야 할 것도 아니다”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