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7.8 강진이 강타한 튀르키예(터키)에서 ‘지진세’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1999년 대지진 후 20년 넘게 걷고 있는 세금인데, 이번에 내진 설계가 제대로 안 된 건물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면서 사용처 등에 대한 논란에 또 다시 불이 붙었다. 오는 5월14일 대선을 앞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겐 정치적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BBC는 튀르키예에서 정부가 20여년 전 대지진을 계기로 부과하고 있는 지진세 사용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세금은 1만7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1999년 튀르키예 북서부 이즈미트 대지진 이후 만들어졌다. 지각판이 맞물리는 아나톨리아 단층대에 위치해 지진이 잦은 만큼 피해를 예방하고 대응 역량을 키우기 위한 용도다. 실제 튀르키예는 지난 25년 동안 규모 7.0 이상 지진이 7번이나 발생했다.
튀르키예에선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당국이 ‘특별 통신세’라고 부르는 이 세금에 대한 질문이 쏟아진다.
BBC는 약 880억 리라(약 5조8000억원)이 재난 예방과 긴급대응 개발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튀르키예 정부는 이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공개적으로 설명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AFP통신도 진앙지인 가지안테프 주민들은 지진 발생 후 12시간 동안 구조대가 도착하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하면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동생과 조카들이 잔해 속에 갇혀 있다는 한 주민은 “사람들이 (7일) 아침에 봉기했다. 경찰이 개입해야 한다”면서 “1999년 이후 걷힌 우리의 세금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앞서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도 6일자 보도에서 “튀르키예 강진 후 더 나은 건물이 더 많은 희생을 예방할 수 있었을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지진세가 유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많은 외신들은 피해를 키운 요인들을 분석하면서 내진 설계가 되지 않은 건물들을 한 원인으로 꼽고 있다.
CNN은 “튀르키예는 많은 지역이 매우 높은 지진 위험 지역으로, 이 지역 건축은 이런 재해를 견뎌야 하고 파괴적인 붕괴를 피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모든 건물이 내진 기준에 따라 지어진 것이 아니고 특히 설계와 시공에 결함이 많은 오래된 건물들은 충격을 버틸 수 없다”는 전문가 분석을 전했다.
가디언은 “붕괴된 대부분의 건물들은 1999년 지진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적용된 2000년 이전에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많은 건물들이 이미 붕괴에 취약했다’고 분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대지진을 “1939년 이후 튀르키예를 강타한 최악의 재난”으로 평가했다. 그는 가지안테프를 포함해 피해가 가장 큰 10개 도시에 3개월 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