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여년전 미국에서 쿨리로 통했던 중국인 노무자들의 손을 빌어 이룩한 것 중의 하나가 미 동서를 가로지르는 대륙간 횡단열차의 대역사였다.
기존에 있던 동부 지역의 철도를 연장하고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출발한 철도와 유타 주에서 만났다. 그리곤 이 만리장정의 역사적인 감격의 기쁨을 기념하기 위하여 철로 버팀목에 골든 스파이크를 박았는데 이 금 못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마지막 못,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했듯이 우리도 이렇게 하나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그러나 이 땅은 아직도 하나로 가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을 뿐 그 길은 요원해 보인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그 열망이 이루어지리라 믿는 꿈을 꾸는 한 이 같은 하나로의 이어짐은 물론, 더 나아가 전 세계를 하나로 잇는 열차를 타고 모두 하나가 되는 여정을 넘어 저 우주로 날아가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그런데 45년전 은하수를 가로질러 우주를 나는 은하열차를 선보인 이가 있었다. 어린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은하철도 999’라는 애니메이션을 만든 마쓰모토 레이지(松本零士)다. 허나 이것은 포장만 어린이용일 뿐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 본 세상에 대한 어른들의 이야기였다.
2221년 지구에는 육신인간과 기계인간이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러나 영생의 길인 기계인간을 택할 수 있는 건 돈 있는 자들만의 몫이었다. 가난했던 철이는 기계 백작에게 어머니가 살해되는 것을 목격하고 복수의 길을 떠난다. 바로 영원한 기계인간이 되는 꿈을 찾기 위해 발목까지 기다란 금발을 가진 의문의 여인 메텔과 은하철도를 타고 우주로 달려 여행을 한 거다.
열차가 최종 목적지 안드로메다를 향해 수많은 우주의 정거장을 거쳐가는 동안 영원으로 향하는 열차티켓을 뺏기 위해 벌어지는 치열한 싸움은 우리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그곳에서는 무료로 영생의 기계인간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길고 긴 우주여행을 하면서 성장하여 어느덧 어른이 된 철이는 마침내 마지막 역에 도달했을 때 영원한 기계인간이 될 것을 거부하고 비록 유한하지만 육신을 가진 인간이기를 선택한다.
왜 그랬을까? 1000에서 1이 모자라는 숫자999라는 숫자가 어른이 되기 전 미완성의어린 시절을 말하는 것일 수도 아니면 어쩔 수 없는 한정된 우리의 생명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기에 이는 더 소중하고 의미 있는 삶일 테고 꿈을 갖고 더 열심히 살아가는 것에 더 큰 가치가 있기 때문이어서였을게다.
그리하여 미래에 닥칠 첨단과학에 대한 불안감을 극복하는 길은 인간성 회복만이 해답이라고 제시해 준거다. 그러고 보니 오래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볼때 그 이야기 속의 영생을 얻기 위해 정신을 기계에 의탁하며 정체성을 잃어가는 인간의 모습이 오늘 우리
가 직면한 인공지능(AI) 챗GPT가 등장하면서 인간과 기계의 공존이 과연 어디까지 가능한가에 대한 우려와 그 결을 같이 한다는 데 그 깊이를 느끼게 한다.
흔히 행복의 대명사로 일컽는 ‘파랑새’를 지은 벨기에 대작가 마테를링크의 작품을 모티브로 했다는 은하철도, 그리고 그의 이름과 비슷한 금발여인 메텔, 그녀와 파랑새를 찾아나선 철이의 여정. 그 운전기사 마쓰모토 레이지가 지난 13일 별세했다. 파랑새가 되어 우주로 떠난 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