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계 미국인 배우 키 호이 콴(Ke Huy Quan·52)이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들어올렸다. 아시아계 배우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건 콴이 역대 두 번째다.
콴은 12일 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 부문에 ‘이니셰린의 밴시’의 브렌던 글리슨과 배리 키오건, ‘커즈웨이’의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더 파벨만스’의 저드 허슈와 함께 후보로 지명돼 수상에 성공했다. 아카데미에서 아시아계 배우가 남우조연상을 받은 건 1985년 ‘킬링 필드’로 같은 상을 받은 캄보디아계 미국인 배우 항 솜낭 응오 이후 두 번째다.
콴은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주인공 ‘에블린'(양쯔충)의 어리숙한 남편 ‘웨이먼드 왕’을 연기했다. 이 작품은 멀티버스(mutiverse·다중 우주)가 콘셉트인 작품으로, 콴은 하는 일마다 어설프고 무능해보이는 웨이먼드,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가진 거친 카리스마를 가진 전사 웨이먼드, 아픈 과거를 딛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갖게 된 단단한 내면의 웨이먼드 등 각기 다른 캐릭터의 웨이먼드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완성도 높은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콴은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올라 “나는 난민 캠프에서 오래 지냈다. 보트에 타고 시작한 여정을 통해 이렇게 큰 무대까지 올라왔다. 사람들은 이런 스토리는 영화에서만 나오는 거라고 얘기한다.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이게 바로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했다. 이어 콴은 “인생에서 한 번 누릴까 말까 한 영광을 누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지금까지 희생해준 어머니께 감사하다. 모두에게 당신의 꿈을 계속 꾸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콴은 베트남계 미국인으로 베트남전이 격화하던 1971년 남베트남 수도 사이공(현 호찌민) 화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가 네 살 때 사이공이 월맹군에 함락되면서 공산화됐고, 일곱 살 때 가족과 탈출해 미국 LA에 정착했다.
이후 콴은 아역으로 활동하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나 성인 연기자로 특별한 경력을 쌓지 못했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다시 연기에 도전해 약 40년만에 오스카까지 거머쥐는 기적을 일궈냈다.
콴은 1984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인디아나 존스2’에서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존스’의 어린 조수 역할을 맡아 벼락 스타가 됐다. 이듬해엔 스필버그 감독이 원안을 쓰고 리처드 도너 감독이 만든 영화 ‘구니스’에 나오며 다시 한 번 세계 영화 관객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아역 배우의 한계, 동양인 배우라는 한계에 갇히며 성인이 돼서는 이렇다 할 작품에 출연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8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준비 중인 대니얼 콴·대니얼 쉐이너트 감독을 만나게 됐고, 웨이먼드 역에 낙점되면서 인생 역전을 이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