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에 한 번 있는 변혁기’란 말이 들어맞듯이 자동차의 동력원과 비즈니스 모델은 전기차(EV)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격변기 속에서 ‘슈퍼카’의 명가 이탈리아의 페라리는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연간 판매량이 1만대가 조금 넘는 페라리의 경영방식과 유럽연합(EU) 자동차 규제를 분석해 보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은 내연기관 자동차를 운행하면서 탈탄소를 실현할 수 있는 이퓨얼(e-fuel·수소나 전기 등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합성연료)과 같은 필수적 기술 수단이 아직 없다.
환경 규제가 엄격한 유럽은 2035년부터 엔진을 사용한 신차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었다. 내연기관과 전기동력을 함께 채택, 기존 일반 차량에 비해 유해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연비를 향상시킨 ‘하이브리드’ 자동차 마저 규제 대상이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에서 합성연료인 ‘이퓨얼’을 사용한 자동차 생산에는 판매 지속을 허용하면서 현재 순수 전기차가 없는 페라리는 위기를 모면했다.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비즈니스 모델이 변화하는 추세에 아직 순수 전기차가 없는 페라리는 왜 여전히 부가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될까. 페라리 디자이너 오쿠야마 키요시유키는 “페라리의 창업자 엔초 페라리 시절부터 내려오는 경영 원칙은 ‘대량생산을 절대 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키요시유키는 시장조사를 통해 페라리가 주문을 받을 수 있는 물량보다 한 대 더 적게 만드는 방식으로 유통량을 절묘하게 줄인다고 전했다. 작년 기준으로 페라리의 출하량은 1만3221대, 영업이익은 약 1840억엔(약 1조6651억원)이다. 판매대수는 도요타 상반기 실적의 800분의1이지만, 대당 이익은 53배에 달한다.
이는 페라리의 부가가치를 높인 독보적인 경영 결과이다.
경영학에 ‘지불의사금액(WTP)’라는 개념이 있다. ‘소비자가 얼마까지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금액을 말하는데 페라리는 이 수치가 다른 차보다 월등하게 높다. 이러한 이익의 원천은 브랜드의 힘이라는 무형자산에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독점 상태를 잘 만들어 고수익을 올리는 부분이 결정적으로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변화의 시기일수록 부가가치를 추구하는 경영이 중요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