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김모씨(64)는 자신의 유권자 성향을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지인들에게 말할 수가 없었다. 자신은 트럼프를 지지하는데 말을 꺼냈다가 한번 몰매(?)를 맞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저녁자리에서 간단하게 미국 대선 이야기를 하면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말했던 김씨는 주위 사람들로 부터 “사회를 망친 사람을 좋아한다”부터 시작해서 “해준게 아무것도 없다”, “우리 이민자들을 벼랑끝으로 몰고 있다”등 마치 자신이 트럼프인냥 몰매를 맞았기 때문이다.
분위기는 더이상 험악해지지 않게 마무리 됐지만 그날 저녁 모임 이후 김씨는 자신의 정치성향을 절대 공개하지 않았다. 누가 “누구에게 관심있느냐? 누구를 찍을거냐?”라고 물어보면 그냥 ‘허허’ 웃고 넘겼다.
김씨는 3일 투표를 마치고 “이제 누가 됐든 나의 소중한 한표는 행사했다”며 “이제는 누굴 찍었는지 말해도 될려나?”라고 말하면서도 “아직 대선 결과가 나올때까지, 또는 결정이 되도 누가 대통령에 당선됐든 상관없이 말하기 어려울것 같다”고 밝혔다.
아직도 트럼프 지지자들은 공개석상에서 대놓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인타운에서 오랫동안 CPA 활동을 해온 한 CPA는 “고객들과 이야기 하다 보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비즈니스 업주들이 상당히 많은데 이를 직원들이나 가까운 친구들에게 조차 말하기 어렵다고 하는 한인 업주들이 적지 않다”며 “오랫동안 미국에 살면서 여러번 선거를 겪었지만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이 지자하는 후보를 밝히기 어려운 선거는 이번이 처음인 듯 싶다”고 말했다.
투표소에서 만난 몇몇 한인 유권자들은 “하도 트럼프를 싫어한다고 뭐라해서 홧김에 투표하러 나왔다”라고 털어 놓은 한인도 있었다.
“트럼프를 지지하면 뭔가 큰 죄를 짓는 것 같은 사회분위기가 어색하다”고 말한 한 한인유권자는 “지난 대선에 투표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미국에서 처음 투표해 봤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를 찍었다고 귓속말을 전하기도 했다.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밝힌 언론이나, 트럼프 관련 기사들에 대해, 특별히 반감을 갖고 지켜보는 독자들이나 시청자들이 많아 이야기하기 애매한 부분이 많다고 타운내 한 언론사 기자는 말했다.
이번 대선은 트럼프와 반 트럼프가 극단적으로 맞붙은 선거였다.
당장 트럼프의 공약은 무엇인지, 바이든의 공약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투표하는 유권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미국의 분열상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 바로 이번 2020년 대통령 선거였다.
<이수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