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스님이 쓴 글이나 책을 한 번도 읽은 적이 없고 그의 강연도 들은 적이 없고 TV에서 본 적도 없다. 그런데 그에 대해 비난이 들끓는 것을 보니 종교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혜민스님이 그동안 무소유를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멋진 집에 살고 자기소유의 집을 자기가 대표로 있는 선원에 팔아 차익도 챙기는 이중생활을 했다고 많이 욕하는데 나는 종교인들이 집 혹은 기타 재산을 소유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점을 느끼지 못한다.
혜민스님이 신자들 돈을 횡령하거나 신자들의 재산을 강탈하거나 자신이 만든 선원에 재산을 헌납하라고 강요해서 집을 산 것도 아닌데 무슨 문제? 그는 한국에 오기 전에 교수로 일했으며 당연히 재산을 조금이라도 모았을 것이다. 그리고 인기 강사로 수없이 많은 강연을 했을 것이고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인세 수입도 상당했을 것이다. 그는 부양해야 할 가족도 없다. 그런 그에게 서울의 다운타운에서 가깝고 경치좋은 삼청동에 있는 9억짜리 집이 그렇게 호화스러운 집이라는 생각은 안든다.
또한 스님이든, 신부님이든, 목사님이든 돈에 대해서 몰라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현실과 거리가 먼 기대치이다.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우리나라의 수없이 많은 절의 스님들이 절을 사고 팔고 한다는 것이다.
종교조직의 문제이기도 한데 한국 불교에서 절의 운영은 거의 주지 스님 개인이 소유하는 기업체처럼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독교의 개신교나 천주교와 다른 점이다. 기업처럼 운영되든 말든 비신자들이 관여할 일은 아니다. 맘에 안들면 절에 안 다니면 된다.
미국에서 목사들이 파트타임으로 사목활동을 하는 것도 보았다.
즉 교회에서 예배를 주관하는 것 이외에 변호사, 교사 등 자기 직업을 따로 갖고 있는 것이다. 개신교 목사들은 자기 가족이 있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데 작은 교회에서는 신도들의 헌금 만으로는 생활하기에 부족해 별도의 직업을 갖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쨌든 종교인들이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혜민스님은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해지면서 여기저기 그의 강연과 글, 유튜브 방송에 대한 수요가 커졌고 그 결과 돈을 많이 벌게 된 것일텐데 그것을 기부하지 않고 자기 소유로 했다고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땡중이든 뭐든 많은 사람들이 힐링을 받았다고 말하는데 그가 사기친 것은 아니지 않는가?
또한 많은 종교인들도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현대사회의 예술과 문화와 스포츠를 즐긴다. 이는 또한 돈이 드는 일이다. 신자들과 함께 혹은 혼자서 영화를 보기도 하고 음악회에 가기도 하며 골프도 치고 스키도 타며 스쿠버다이빙도 한다. 이게 요즘 사회에서 사치일까?
평신도가 자신은 골프를 치면서 신부님은 여가시간에 골프를 치면 안된다고 비난해야 할까?
이 문제는 종교 공동체의 경제적 수준에 달려 있다고 본다. 잘사는 동네의 신자들이 중상류층의 소비생활을 하면서 자신들의 정신적 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사제는 가난하게 살라고 요구할 수 있나?
만약 빈민가의 종교지도자들이 화려한 생활을 한다면 그것은 물론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혜민스님의 선원이 있는 삼청동이 그렇게 가난한 동네라는 생각은 안든다.
현대사회에서 무소유로 어떻게 사는가?
그저 놀부 처럼 탐욕스럽게 살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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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희 교수는 서울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문화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학 중앙연구원 전임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일제시대의 가족변화에 관한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다. 주요 논문으로 “From Gentry to the Middle Class: The Transformation of Family, Community, and Gender in Korea”(박사학위논문), 「도시 중산층의 핵가족화와 가족 내 위계관계 변형의 문화적 분석」(『한국문화인류학』, 1995), 「문화적 관념체로서의 가족: 한국 도시 중산층을 중심으로」(『한국문화인류학』, 1995), “‘Home is a Place to Rest’: Constructing the Meanings of Work, Family and Gender in the Korean Middle Class”(Korea Journal, 1998), “Mothers and Sons in Modern Korea”(Korea Journal, 2001), 「대가족 속의 아이들: 일제시대 중상류층의 아동기」(『가족과 문화』, 2007) “도시 중산층 기혼여성의 취업과 부부 역할:’자기 일’의 정치학”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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