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공익 소송에 피소돼 피해를 호소하는 한인 업소와 업주들이 적지 않다.
장애인 소송에 피소된 한인 업소와 업주들은 대부분의 장애인 공익소송들이 ‘꼬투리 잡기’식 억지 소송이라거나 합의금을 노린 악의적이고 상습적인 소송꾼들이 제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대부분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한다. 또, 악의적이고 상습적인 장애인 소송 제기는 원고가 결국 패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인식을 내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제 9 연방 순회항소법원은 장애인 공익소송 문제에 대해 한인 업주들의 일반적 인식이나 상식과는 상당히 다른 판결을 내려 주목된다.
항소법원은 장애인 소송을 제기하는 원고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 지 소송의 동기는 중요치 않으며, 반복되는 상습적인 소송 제기라 할 지라도 원고에게 불이익을 줄 수는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1심 판결을 뒤집고 상습적으로 공익소송을 제기한 원고측 손을 들어준 항소법원의 판결을 본보 칼럼니스트 김성환 변호사가 판결문을 토대로 상세히 분석했다.<편집자 주>
두어해 전에 함께 교회를 다니던 원로장로님이 자기가 세를 내 준 본인 소유 상가건물의 파킹랏에 장애인용 밴 주차공간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소되었다고 해서, 원고측과 합의를 도와 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같은 원고가 다른 건물주에게 장애인 소송을 해, 연방 9항소법원에서 승소 판결 (랭거 v. 카이저) 을 받은 것이 아닌가?
샌디에고에 사는 크리스 랭거는 그 동안 남가주 일대에서 2천건의 장애인 소송을 한 직업이 장애인 소송인이라고 할 만한 인물이다. 이중 2018년부터 3년동안 LA 카운티와 오렌지카운티등 남가주 6개 카운티에 있는 1천개 업소를 LA 소재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다.
2018년 1월 랭거는 자신의 집에서 자동차로 10분거리에 있는 샌디에고 도심에 위치한 랍스터가게가 세들어 있는 주상복합 건물주가 장애인 보호법을 위반했다며 샌디에고소재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다.
그 건물 파킹랏에 로딩존을 갖춘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이 없어서, 랍스터 애호가인 자신이 랍스터를 사려고 방문을 했지만, 장애인용 밴차량을 주차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같은 날 이 건물주 뿐만 아니라 남가주에 있는 다른 6군데 업소도 법원에 제소했다.
문제의 랍스터 가게 파킹공간은 가게를 운영하는 세입자와 건물주가 맺은 리스계약서에는 세입자만 사용하도록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랍스터 가게를 운영하던 업주는 리스 계약서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그 파킹공간에 일반 손님도 파킹하도록 했다.
건물주는 리스 계약서의 해당 파킹랏 공간 사용에 관한 규정을 근거로 해당 파킹공간은 장애인 소송 대상이 되는 공공편의 시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1심 판사는 문제의 파킹 공간은 입주자만 사용하도록 리스 계약에 규정되어 있으므로 장애인 보호법의 대상이 되는 공공편의시설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일반인 모두에게 이용이 허용된 공공 시설이라야 장애인 보호법의 보호 대상이 되는데, 문제가 된 랍스터 가게의 파킹랏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1심법원은 랭거가 순수한 고객이 아니라 순전히 소송거리를 찾기 위해서 이 업소에 왔을 뿐이고, 문제의 파킹공간이 고쳐지면 다시 올 예정이라는 그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방 장애인 소송은 업소를 재방문할 의사가 없을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당사자 적격이 없는 것으로 보지만, 연방지법은 일단 원고가 당사자 적격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연방 9항소법원은 리스에 해당 파킹공간이 세입자만 사용한다고 적혀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손님들이 그 파킹랏을 사용했다면 이 파킹랏은 장애인 보호법이 적용되는 공공편의시설이며, 원고가 랍스터가게를 다시 방문하겠다고 증언을 근거로 1심 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제9항소법원은 원고가 상습적으로 소송을 했다는 이유로 업소를 다시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믿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법률적 오류”라고 보았다. 바로 이런 사람들의 소송을 통해서 장애인법의 입법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이 입법 취지라는 점을 강조했다.
업주 입장에서는 업소 근처에서 살지도 않은 사람이 순전히 돈을 뜯으려고 소송을 한다고 분개하고, 판사들도 직업적으로 장애인 소송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맛살을 찌푸리지만, 승소해도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없고, 소송에 들어간 비용만 피고측에서 받을 수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아니라면 누가 소송을 하겠냐는 것이다.
원고가 장애인법 소송자격인 당사자적격이 있으려면, 두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소송 하기 전 장애인이 출입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장애물이 있는 업소에 가기만 해도 된다. 심지어 본인이 직접 현장에 가지 않더라도 장애물 때문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가지 않았다면, 이 조건을 만족시킨다.
아울러 파킹랏이 고쳐지지 않아서, 가지 못했지만 그 시설이 고쳐지면, 다시 방문하겠다고 하면 두 번 요건도 갖춘 것으로 본다. 원고가 왜 소송을 하는가 동기는 중요하지 않다.
한편 9항소법원의 2대1 판결에서 반대의견을 낸 다니엘 콜린스 판사는 원고가 다시 이 업소를 올 의사가 없었으므로, 소송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장애인법으로 소송을 하려면 원고가 앞으로 다시 방문할 때도 해당 업소의 공공편의시설에 장애가 있어서, 이용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야 하는데, 만약 원고가 다시 해당 업소를 방문할 의사가 없다면, 원고는 당사자적격이 없으므로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 케이스에서 1심판사가 원고가 다시 이 업소를 다시 방문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했다. 1심 판사의 이 사실판단이 명확하게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는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성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