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출판돼 퓰리처상을 받은 명작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도입부에 ‘인종차별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라는 출판사의 ‘공식 경고 문구’가 삽입됐다. 노예제의 공포를 낭만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허나 ‘현대 사회상을 반영해 본문을 바꾸는 것은 원전 소설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에 작가가 쓴 기존 표현들에 대해서는 일체 건드리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영국 추리소설 거장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 최근 개정판은 성차별이나 인종차별 요소가 있는 표현을 빼거나 수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예를 들어 흑인을 비하하는 ‘니그로(Negro)’라는 단어라든가 흑인 여성의 몸을 비유하는 ‘검은 대리석(of black marble)’ 또는 ‘사랑스러운 하얀 치아(such lovely white teeth)’ 등의 표현이다.
이에 대해 ‘시간과 함께 진화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하는 반면 ‘시대 변화에 맞춘다’지만 이미 고인이 된 작가의 설명을 들을 수 없는 소설 작품을 뜯어고치는 것은 좀 지나치다는 지적과 함께 논란이다.
아무튼 이처럼 편견이 드러나지 않는 용어나 표현을 쓰자는 운동을 ‘정치적 올바름, PC(Political Correctness)’라 한다.
이는 1980년대 미 여성단체와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인종이나 성, 종교 등과 관련된 잘못된 언어 사용을 하지 말자고 일어난 사회운동인데 정치적 관점으로 볼 때 올바르다고 해서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예를 들어 소방관을 Fireman 대신 Firefighter로 대체했으며 경찰관도Policeman이 아닌 Police Officer로 바꾸었다. Policeman이나 Fireman은 남성 위주의 성차별적 표현이기 때문에 성 중립적 단어를 택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여배우를 뜻하는 Actress는 금기어가 됐고 남자 배우든 여자 배우든 모두 Actor로 통일해서 부르며 항공여객 승무원 경우 스튜어드와 스튜어디스 대신 Flight Attendant로 부르는 거다.
이뿐만이 아니라 인디언을 ‘아메리카 원주민(Native American)’으로 칭하고 흑인을 ‘아프리칸 아메리칸(African American’)으로, 외국인을 더 이상 ‘Alien’이라 하지 않고 ‘비시민권자’라 하며 불법이민자를 ‘서류미비자’로 한다든지 ‘메리 크리스마스’가 아니고 ‘해피 홀리데이’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2년 뉴욕시 교육청은 ‘공룡’, ‘생일’, ‘수영장을 갖춘 집’ 같은 용어를 시험 문제에 쓰지 말도록 했다. 공룡은 창조론을 믿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를 불편하게 하고, 생일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기념하지 않으며, 수영장 있는 집은 가난한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다는 이유에서다.
Orwellian Political Correctness and restriction of language echo-ing Orwell’s 1984
I’m old enough to remember when “gay” meant happy.
Why shouldn’t words have contextual meanings? pic.twitter.com/5qnxHPUUMh— Tui22 (@InfoInterest) September 2, 2020
이러한 움직임은 주로 여성, 장애인, 빈곤층, 흑인 등의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언어적 차별과 모욕에 대한 저항이라고 할 수 있다. 헌데 문제는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누가 더 도덕과 정의에 충실한 지를 겨루는 전쟁터가 되면서 현실과 동떨어질 정도로 과장되고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어 간다는 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34건의 혐의에 대한 형사기소가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뜨겁다.
이에 대한 찬반 시위가 함께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열광’의 배후엔 도를 넘는 ‘정치적 올바름(PC)’에 대한 보수층의 반감이 있다고 한다. 생각만 하고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던 말들을 트럼프는 ‘생각한대로 있는 그대로 말하겠다’며 PC 반대 공격수로 나서자 열광했던 지지자들과 달리 지나친 ‘PC주의’에 염증난 보수주의자들이란 말이다.
결국 도를 넘은 정치적 올바름 (PC)은 ‘사람들이 행동은 하지 않고 좋은 말만 하면서 이를 심리적 면죄부’로 삼는 데 그 문제의 심각성을 시사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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