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의 스타로 전 세계에 군림해 온 캐랙터가 있다. 생쥐 미키 마우스! 수줍음 많고 소박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점잖은 신사이고 오케스트라도 지휘하는 열정과 재능을 가진 우리의 멋쟁이 친구. 그리고 꿈과 희망의 대상으로 우리 모두에게 용기와 힘을 주는 우상인 그는 우리가 잃은 것을 찾아주는 스승이기도 하며 2차 대전 때에는 연합군의 암호로 우리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어 준 리더이기도 했다.
헌데 이 미키마우스는 현실의 ‘쥐’를 모방하여 만들어졌음에도 원본인 ‘쥐’와는 관계없이 전혀 다른 새로운 하나의 독립된 캐랙터로 존재하게 됐다. 비록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이미지이지만 그렇다고 허상도 아닌 이 이미지는 그 동안 캐랙터 산업, 애니메이션, 완구 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진짜 원본으로 변한 것이다.
이처럼 시작은 실제 쥐를 복제하여 만들어졌지만 더 이상 쥐가 아닌 가상의 이미지가 완전 독립체로 만들어진 또 다른 원본을 ‘시뮬라크르(Simulacre)‘라고 한다.
그리고 이 시뮬라크르는 시뮬라크르를 거듭 복제하면서 또 다른 원본들이 되기도 한다. 마치 짝퉁 중국산 미키 마우스가 생기게 되는 것 처럼 말이다. 헌데 문제는 이것들이 ‘가짜’가 아니고 진짜와 구별될수 없는 ‘또 다른 진짜’가 된다는 점이다.
이런 시뮬라크르는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전부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례로 영화나 역사 기록 혹은 드라마 등이 그 자체가 시뮬라크르다. 영화나 역사드라마는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카메라로 찍은 것이다. 그러니 미키마우스처럼 현실이라는 원본을 카메라로 모방해낸 독립된 새로운 원본이 된 것이다.
왜냐하면 영화를 찍는 과정에서 여러 요인에 의해 재구성된 그 자체가 실제일 수 없기 때문이다. 뉴스 보도도 마찬가지다. 어떠한 ‘사건’은 그 사건이 일어난 그 순간을 벗어나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므로 이 또한 시뮬라크르인 셈이다.
문제는 이것들이 ‘사실적’일 수는 있어도 ‘사실’일 수는 없는 것인데도 우리는 실제 사료보다 가짜에 더 익숙해지고 진짜로 여긴다는 점이다. 복제된 이미지가 오히려 실제를 압도하는 실정이 되는 셈이다.
이렇게 우리가 실제보다 더 강하게 믿고 느끼며 살아가도록 시뮬라크르 작동을 돕는 것들이 인터넷, 스마트폰 등이다. 한 예로 최근의 스마트폰은 AI로 더욱 첨단화된 사진 보정 기술로 실제보다 미형으로 꾸며 가짜 내 모습을 만들게 하는데 여기에 청소년들이 과몰입한다. 가짜 원본에 매몰돼 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신체에 대한 우울증과 자아정체감 상실로 불안장애를 겪게 만드는 등 정신건강을 해롭게 한다.
인터넷 서비스SNS는 원래 친구를 찾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나왔다. 그런 SNS가 전 지구적으로 연결되면서 개인의 네트워크가 넓게 확장되어 빛을 보게 됐지만 어두운 그림자 또한 따라온 것이 문제였다. 범죄, 테러, 자극적이고 성적인 영상들이 실제 내 앞에서 일어난 것처럼 실제보다도 더 생생하게 경험한 듯 착각하게하는 ‘시뮬라크르‘ 때문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을 어두운 바깥 세상에서 보호하기 위해 집에 머물게하고 그 보상으로 그들 손에 스마트폰을 쥐여줌으로써 즐거움을 주려 했지만 역설적으로 분노와 외로움, 질투 등을 안기게 된 셈이 되었다. 그리고 청소년 자살률 상승은 어느덧 세계적 추세가 되고 말았다.
마침내 플로리다가 14세 미만 어린이의 SNS 가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한다. 해당 법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X(옛 트위터) 등 모두 해당된다.
시경(詩經)에 ‘아버지 나를 낳으시고 어머니 나를 기르시니’라는 말이 있다. 허나 어쩐지 이제는 ‘어머니 날 낳으시고 AI 날 만드시네’라 해야 할 것 같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