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에드워드는 기업 인수 구상 차 헐리우드에 사는 변호사의 파티에 참석한 후 그의 차로 투숙할 호텔로 가던 중 지리를 몰라 길을 헤매게 된다. 마침 그때 손님을 기다리던 콜걸의 도움을 받은 우연으로 계약관계로 서로 만나다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 영화 ‘프리티 우먼(Pretty Woman’이다.
여기서 남주인공 에드워드의 직업은 재정이 어려운 회사를 인수, 합병(M&A)한 후 분해해서 다시 파는 전문사업가, 좋게 말하자면 구조조정 전문가이지만 나쁘게 보면 기업사냥꾼이다.
1980년대는 LBO (Leveraged Buy Out) 광풍이 불던 때였다. 후불제 인수방식으로 불리는LBO는 사모펀드로 구성된 투자 회사가 돈을 빌려 기업을 싸게 매수해 구조조정을 한 뒤 비싸게 되팔아 차입매수를 노리는 M&A 기법이다. 마치 지렛대를 이용해 적은 힘으로 큰 물건을 들어올리듯 외부에서 빌려온 돈을 지렛대로 삼아 덩치가 큰 기업을 사들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세계 최대 기업 인수합병으로 유명했던 사례가 ‘알제이알 나비스코’ 케이스다. 1988년 윈스턴과 살렘 담배회사 RJR 과 오레오, 리츠 쿠키회사 나비스코(Nabisco)가 합병해 ‘RJR Nabisco’가 되었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거의 반토막으로 떨어지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회사를 팔려는 시도에 여러 금융계 큰손들이 대거 참여한 사상 최대 LBO 전쟁이 전개됐다.
결국 LBO전략으로 유명한 KKR에 넘겨진 후 회사는 해체되고 조각나 팔렸다. 미국 17대 굴지기업이 일순간 무명의 회사로 전락한 것이다. 그러자 월스트리트 저널의 두 기자가 이 사건의 이면에서 벌어진 상황을 심층 취재해 전모를 파헤쳐 약육강식과 약탈의 정글로 전락하고만 금융시장과 투자시장, 사내 권력 투쟁 그리고 기업 경영진들의 탐욕스런 행태를 고발했다. 그리고 낸 책이 ‘문 앞의 야만인들’이다.
주주와 소비자 등은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멀쩡한 기업을 쪼개어 사고파는 행태를 ‘야만’으로 규정했는데 ‘야만인’이란 기업사냥꾼, LBO전문가, 정크본드 전문가 등을 가리킨다.
최근 한국에서 하이브(HYBE)와 어도어(ADOR) 대표 간 경영권 다툼으로 시끄럽다. 하이브는 모기업으로 그 밑에 자회사 격인 여러 레이블들이 속해 있다. 우리가 잘 아는BTS의 빅히트뮤직, 뉴진스로 유명한 어도어가 그 레이블 중 하나이다. 이번에 벌어진 그들간의 경영권 탈취 의혹 분쟁이 기업 인수합병 시장에서 벌어지는 ‘야만성’을 연상시키고 있다.
‘프리티 우먼’에서 기업을 뺏기게 된 사장은 이렇게 호소한다. ‘나에게는 기업에 대한 꿈이 있었다. 헌데 기업이 산산조각 나면 직원들과 지역 경제는 어떻게 되느냐?고. 이에 에드워드는 냉정하게 대답한다.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
결국 ‘야만’스런 행태는 대량해고라는 구조 조정을 통해 그 피해가 투자자와 직원들에게만 고스란히 돌아가게 할 뿐 정작 야만인들이나 사냥감이 된 회사의 경영진, 이사진들은 모두 엄청난 이득을 챙긴다.
여기서 책을 쓴 두 기자들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할 거다. ‘지금도 야만인들은 문 밖에서 기회를 엿보며 다시 한 번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 그 동안 세계적으로 어렵게 쌓아 올린 K팝의 위상이 어둠 속에 도사리고 있던 치부로 금이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업사냥꾼들이 기업을 망치고 직원들의 삶을 파괴하듯 ‘야만성’으로 젊은 아티스트의 미래가 망치게 되지는 않을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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