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3월 11일, 프랑스 공군기지 영내에서 한 사나이의 총살형이 집행되었다. 프랑스 비밀 군사조직(OAS)의 지휘자 중령이었다. 샤를 드골 대통령 암살을 기도한 죄목이었다.
기자 출신의 영국 작가 프레더릭 포사이스가 1971년에 발표한 스릴러 소설 ‘자칼의 날 (The Day Of The Jackal)’ 첫 부분이다. 모든 인물이나 사건 등은 실제였지만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작가 자신마저 혼동할 정도로 썼다는 책이다.
이 소설에서 창조된 ‘자칼(Jackal)’은 살인청부업자라는 캐릭터의 전형적 모델을 이뤄냈고 이후 살인청부업자가 등장하는 수많은 작품들에 영향을 끼쳤으며 암살 테러리스트들의 필독서가 되다시피 했다. 마치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라는 탐정 캐릭터를 창조한 것처럼 말이다.
여담이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을 기도했던 문세광 역시 ‘자칼의 날’을 탐독했다고 알려졌는데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그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자칼의 날’로 자백을 유도했다고 밝힌 바도 있다.
아무튼 드골은 무려 6번이나 암살 위협을 받았음에도 그 어떤 피해도 입지 않고 건재했다. 그러던 중1960년대 초 드골이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의 독립을 허용하자 이에 반감을 품은 OAS가 그의 암살을 위해 지능적인 두뇌에 빈틈없고 용의주도한 영국인 킬러 자칼을 고용한다.
암살 제의를 받아들인 그가 제일 먼저 드골에 관한 전기, 연설문, 신문기사 등 모든 관련 자료들을 독파하고 찾아낸 것은 명예를 중시하지만 오만한 드골은 몸 건강상태나 날씨의 좋고 나쁘고에 관계없이 어떤 특정한 날에 반드시 대중 앞에 그 모습을 나타낸다는 사실이었다.
이에 따라 치밀한 암살계획을 세운 자칼은 철저히 자기 신분을 베일 속에 감추고 이탈리아에서 제조된 특수 라이플과 위조여권을 가지고 프랑스로 잠입한 뒤 파리로 향한다.
이 과정에서 방해되는 여러 사람들이 자칼에 의해 가차 없이 살해되고 드골 암살계획의 정보를 입수한 프랑스 경찰은 그를 추적하지만 그가 원체 정체불명인데다 뛰어난 변장술로 수사 당국은 혼란에 빠지면서 갈팡질팡한다.
드디어 D-데이. 삼엄한 경비가 펼쳐진 가운데 드골이 전쟁 공로자들에게 훈장을 수여하기 위해 나타난다. 자칼은 다리 하나를 잃은 재향군인으로 변장하고 행사가 열리는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130m떨어진 아파트 맨꼭대기 창에서 드골을 향해 라이플을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빗나갔다. 훈장 수여 후 양 볼을 서로 마주 대는 프랑스식 인사인 비쥬(la bise)를 하기 위해 드골이 고개를 살짝 숙였기 때문이었다. 영국인이었기에 이런 프랑스 문화를 미처 예견 못했던 자칼의 대 실수였던 셈. 드골은 암살을 모면하게 되고 자칼이 두번째 저격을 시도하려는 순간 경찰이 들이닥치고 옥신각신 끝에 사살된다. 자칼의 날은 그렇게 끝난다.
지난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 중 저격사건이 벌어졌다. 1981년 3월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 이후 43년 만에 발생한 미국 전, 현직 대통령에 대한 총격이었다. 우연찮게도 드골 암살 미수 때와 마찬가지로 유세장에서 130m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 시도한 저격이었으며 또한 트럼프가 치명상을 피할 수 있었던 것도 멕시코 국경에 관한 통계자료를 보기 위해 고개를 조금 돌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헌데 발표된 탄환 궤도를 분석한 3D영상을 보니 총알이 트럼프 옆 얼굴 관자놀이를 스치는 찰라의 순간이 종이 한 장 차이였다.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제갈량의 말이 새삼 떠 오른다.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일을 꾸미는 건 사람이되 이루는 건 하늘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