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는 중단됐고 한국 정부는 대통령실이 나서 긴급대책회의를 열 정도로 사안은 커졌다.
그러나 사태의 본질을 바로 보는 대신, 정작 이재명 정부는 현실을 외면한 채 ‘가짜 프레임’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불법 취업과 비자규정 위반이라는 핵심을 숨긴 정부
미 수사당국이 발표한 체포 사유는 명백하다. 체포된 노동자들 가운데 일부는 국경을 불법으로 넘었고, 일부는 노동이 금지된 비자 면제 프로그램(ESTA)이나 방문목적의 B1 비자를 발급 받아 공사장에 투입됐으며, 또 다른 일부는 비자를 소지했지만 체류 기간을 초과해 오버스테이 불법 체류자로 분류됐다
즉, 이들 대부분은 명백히 비자 규정을 위반한 불법 취업자였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인 노동자의 상당수가 ESTA나 B1 비자로 입국해 공사 현장에서 일한 사실은 한국 언론도 인정한다.

현대차와 LG엔솔이 원청-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고용 구조 속에서 인력 검증과 비자 관리에 실패했다는 점도 분명히 드러났다. 현대차측은 체포된 한국인 노동자들이 자사의 직원들이 아니라며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려는 듯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이는 분명히 책임회피다.
원청업체인 현대차와 LA엔솔이 하청업체 인력들의 합법적인 노동자격을 관리해야 할 포괄적인 책임이 있다는 점을 애써 외면하려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십억 달러를 미국 현지 공자에 투자한 글로벌 기업들 서슬 퍼렇게 이민단속을 벌이는 트럼프 시대에 이민법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인식조차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은 헛웃음을 짓게 한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이민단속이 중남미 불법 체류자를 겨냥했다가 우연히 한국인까지 잡아간 것이라는 식의 어처구니 없이 저급하고 허술한 주장을 펴고 있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상황을 호도하는 “가짜 프레임”이다. 단속 영장에는 중남미 출신으로 추정되는 4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수사기관은 영장을 집행하면서 현장의 모든 노동자를 상대로 체류 자격을 확인했다
그리고 비자 규정 위반이 확인된 이들을 체포한 것이다. 미국 당국이 “한국인을 노린 것”이 아니라 불법 취업과 노동 착취를 겨냥한 대규모 단속을 벌였다는 점은 이미 여러 외신과 현지 보도를 통해 확인된다
이재명 정부는 “투자기업의 경제 활동과 국민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원론적 대책을 내놓으며 외교 공세를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국민들이 비자 규정을 위반하며 불법적으로 일한 사실은 제대로 짚지 않았다. 이는 한국 기업과 정부가 제도의 사각지대를 묵인해온 구조적 문제를 가리고, 모든 책임을 외부에 돌리는 것이다.

저급한 현실 인식이 불러올 파장
한국 정부가 “우리는 피해자”라는 프레임에 매달릴수록, 문제의 해결은 멀어진다.
우선, 조지아에서 구금된 한국인 노동자들은 ‘법을 어긴 불법 체류자’라는 미국 사회의 인식 속에서 쉽게 동정 여론을 얻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둘째,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비자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향후 미국 내 투자와 공사 현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미국의 H‑1B 등 취업비자 발급은 제한적이고, 대형 프로젝트에서 인력 수급이 쉽지 않다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병행해야 할 시점에, 정부는 외교를 “우리는 억울하다”는 레토릭에 쓸 뿐이다.
진정한 대책은 한국 기업들의 불법 고용 관행에 대한 성찰과 개선이다.
현대차와 LG엔솔을 비롯한 한국 기업은 하청 인력의 비자 상태와 노동 허가 여부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미국 법을 무시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파견하면서 정작 단속 당하면 “피해자 코스프레”만 하는 행태는 통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의 외교부와 산업부는 투자기업의 권익 보호와 함께 비자 규정 준수 교육·지원에 책임을 져야 한다. 미국 측과는 체포자들의 인권과 안전을 협상하되, 국내에는 비자 규정 위반의 문제를 솔직히 알리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남미 단속의 여파”라는 말로 사태를 축소하는 대신, 불법 취업을 방조한 구조적 문제와 한국 정부의 비자 정책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향후 미국 내에서의 투자와 고용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정치적 수사보다 현실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대차 사태의 핵심은 한국인 노동자들이 ‘돕다가 우연히 걸린’ 피해자가 아니라, 비자 규정을 위반한 불법 취업자였다는 냉정한 사실이다. 이재명 정부는 더 이상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제도적 허점을 인정하며 책임 있는 대응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자 규정 위반과 무분별한 하청 구조라는 근본적 문제는 반복될 뿐이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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