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작가상과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던 시인 강은교가 시집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를 출간했다.
노년기 대신 ‘노을기’라는 표현을 사용해 황혼기 일상의 사소한 풍경을 그려낸 시집이다.
시인은 ‘당고마기고모’에 천착했다. ‘당고마기’는 ‘바리공주’와 더불어 한국의 대표적인 무속 신화다. 신화적 인물에 혈연 기반의 호칭 ‘고모’가 더해졌다.
저자는 “당고마기 서사의 핵심에는 잉태와 출산이 있으며 이 과정에서 수난을 겪은 여성이 신이 되는 과정을 당고마기를 중심으로 전승됐다”며 “‘당고마기고모’를 통해 장대한 시간 속에서 개인의 삶과 죽음을 바라봤다”고 전한다.
“‘고모, 노을이 질 때가 됐어요’ 나는 이층 계단에 올라 서서 외쳤어. 그리고 마구 뛰어 올라갔어. 구석에 있던 의자를 번쩍 들고, 고모가 느릿느릿 걸어오셨어. 고모는 의자에 풀썩 앉으셨어. 마치 싫은 자리에라도 억지로 앉는 듯이, ‘고모, 고모, 어디 아프세요?’ ‘아니, 아니, 노을을 보려니 내가 사라지는 것 같애’ 고모의 비스듬한 웃음, 나는 고개를 숙였어. 나도 사라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야. 우리는 나란히 해를 바라보기 시작했어.”(‘노을이 질 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