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소설가 사만사 하비가 12일(현지시간) 국제우주정거장과 우주인들을 다룬 소설 “오비털”( Orbital. 우주궤도 )로 올해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했다.
하비는 지구궤도를 도는 우주인 6명의 삶의 궤적을 추적한 이 소설을 스스로 “우주 목가(牧歌)”라고 부른다. 이 작품은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사람들의 이동이 봉쇄되었던 시기에 쓰기 시작했으며 상금은 5만 파운드( 64000달러. 약 9010만원)을 받았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제한된 공간 속에서 하루에 16번의 일출과 16번의 일몰을 경험한다. 그러면서 서로의 존재 속에 갇힌 채 연약한 지구의 아름다움에 꽂혀 긴 시간을 보낸다.
부커상의 트로피를 받아든 하비는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모습, 그건 생애 최초로 거울을 보며 그 속에 있는 사람이 자기라는 것을 깨닫게 된 어린아이와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지구에게 하고 있는 짓은 우리 자신들에게 하는 거나 같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자신이 받은 상을 “지구에 대항하지 않고 지구를 위해서 발언하는 모든 사람들, 다른 사람이나 다른 생명체의 존엄을 존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또한 “평화를 위한 작업을 대변하거나, 이를 요구하는 사람들.. 당신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도 덧붙였다.
5명의 심사위원 중 위원장을 맡은 작가겸 화가 에드문트 드 발은 이번 작품을 “기적과도 같은 소설”이며 “우리들의 세계를 신비하고 새롭게 우리에게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부커상 재단의 수석 대표 개비 우드는 “올해 처럼 지정학적 위기가 심하고 역대급 폭염이 엄습한 해에 이 작품은 희망적이고 시의적절하며 영원한 영속성을 지닌 작품”이라고 말했다.
2020년 이후 부커상을 수상한 첫 영국작가인 하비는 그 동안 4편의 소설과 회고록 한 편을 펴냈다. 부커상은 영어로 글을 쓰는 모든 국적의 작가들에게 개방되어 있으며 이 상의 수상으로 작가의 경력은 일 대 변화를 겪게 된다.
1969년 제정된 부커상의 역대 수상작가들 중에는 이언 매큐언 , 마가렛 애트우드, 샐만 루시디, 힐러리 맨텔 등이 있다.
올해의 부커상 후보에는 영국과 캐나다, 미국, 호주, 네델란드 작가들 5명이 최총 심사에 올랐으며 출판계에서 약 156편의 소설이 추천되었다.
하비는 2019년 이후 첫 여성 작가 당선자이며 불과 5명에 그친 여성 후보들 가운데에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