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신병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철학자, 사회학자, 의료 전문가는 물론이고 일반 대중도 귀를 기울였다.
지금은 정치권력이 있는 자들이 이 질문에 국가를 대표해 ‘정신병은 질병’이라고 선포한다. 정치권력과 전문가의 사리사욕이 결탁해 거짓 믿음을 ‘거짓 사실’로 바꾸어놓고 있다.
반정신의학의 선구자 토머스 사스는 책 ‘정신병의 신화'(교양인)에서 ‘정신병은 은유’라고 선언하며 자기 분야를 비판한다.
저자는 현대 정신의학이 정신병 개념을 이용해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근본적으로 억압하고 훼손하는 방식을 꿰뚫어본다.
우울증, 조울증, ADHD, 공황장애, 사이코패스, 게임 중독 등 이제 정신병은 일상을 설명하는 주요한 언어가 됐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겪는 갈등과 감정 포착에 정신의학의 지식과 치료에 의존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일상을 침범하는 과잉 의료화와 정신병 환자를 양산하는 정신의학 분류 방식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저자는 정신병 존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며 현대 정신의학을 연금술, 점성술 같은 유사 과학으로 비판한다.
격리, 방치, 전기 충격 요법, 전두엽 절제술, 신경 약물 과다 투여 등 잔인한 실험으로 점철된 20세기 정신의학의 비인간적 관행을 되돌아본다.
언어학, 사회학, 철학을 빌려 정신의학이 정신병이란 허상에 매달리는 기존 의료 모형에서 벗어나 사회문화적 모형을 따르는 복합적 인간 행위 이론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신의학 패러다임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