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을 뜨자마자 사과를 먹었다. 정확히는 눈을 뜨려고 사과를 먹은 것이다.”
만화에세이 ‘땅콩일기’의 작가 쩡찌의 첫 산문집 ‘여름이 긴 것은 수박을 많이 먹으라는 뜻이다’가 출간됐다. 신작은 ‘띵 시리즈’의 28번째 편이다.
띵 시리즈는 민음사 출판그룹 ‘세미콜론’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고 싶은 마음’이라는 주제에 권마다 한 가지 음식을 주제로 서술한 문고본이다. 이번은 ‘과일’이다.
저자는 스스로를 ‘오랑우탄’이라고 칭하며 ‘과일러버’임을 입증한다. 먹는 행위에 집중하지 않고 과일에 얽힌 인생을 글로 풀어냈다.
과일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음식이지만 이를 기억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책은 과일에 빗대어 쓴 성장 에세이다. 특히 저자는 과일이 주는 감정이 있다고 말한다.
“엄마가 언제나 빠짐없이 붉은 수박을 건넸다”, “집에 온 친구에게 작고 알이 꽉 차면서도 단단하지 않은 귤만 골라 줬다”, “아빠가 키위 10㎏을 배송했다” 등 기억을 회상하며 과일에 담긴 이해, 배려, 사랑의 감정을 풀어낸다.
“과일 인사에는 친밀과 사랑, 그리고 염려가 있다. 과일 잘 먹고 있니. 식사 외에 챙길 수 있는 여유가 있니. 계절이 주는 선물을 제철에 누릴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여유가. 계절을 느끼고 있니. 느낄 수 있니. 나무와 풀의 열매를 먹으며 너도 그렇게 지상에 뿌리 박고 잘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189~1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