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돌입을 공식화 하면서 원·달러환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이 고용지표 개선 등을 추가적으로 확인한 다음 오는 11월이나 12월 연방 공개 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을 공식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27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캔사스시티 연방준비은행 경제정책심포지엄 ‘잭슨 홀 미팅’에서 “경제상황이 예상대로 진전될 경우 자산매입 속도를 올해부터 줄이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자산매입이 종료되더라도 연준은 매입한 장기채권을 계속 보유할 것이며 이는 완화적인 금융여건을 유지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테이퍼링 시기나 속도는 정책금리의 최초 인상시기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으며 정책금리 인상은 더 엄격한 별도의 조건이 충족될 때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연내 테이퍼링을 공식화 했으나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은 별개로 가져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온건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테이퍼링을 시작한다고 바로 금리인상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대부분 미 연준의 테이퍼링 공식화에도 원·달러환율 등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날 연내 테이퍼링 시행이 가시화됐음에도 파월 의장의 비둘기적 연설 등의 영향으로 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되면서 미국 국채 수익률과 미 달러화 가치가 소폭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연설 직후인 지난달 27일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달 1.35%에서 1.31%로 0.04%포인트 떨어지고, 미 국채 2년물도 전날 0.24%에서 0.22%로 0.03%포인트 내려갔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전장 93.1보다 0.4%포인트 하락한 92.7을 기록했다.
한국지표는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환율이 전장 1171.2원에서 0.8% 하락한 1162.3원으로 마감했다. 외평채 가산금리(0.9%포인트) 및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0.3%포인트)은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2013년 당시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의 갑작스런 테이퍼링을 언급으로 미 달러화가치와 미 국채 금리 급등세를 가져왔던 정도의 급격한 변동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테이퍼링이 단행되면 유동성이 축소되기 때문에 미 달러화 가치가 올라가기는 하겠지만 이미 예상된 사안이었던 만큼 변동 폭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테이퍼링에 돌입하게 되면 수요측의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원·달러환율이 일시적으로는 120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 하지만 1100원대 후반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테이퍼링에 돌입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만큼 급격하게 오른다기 보다는 완만하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이미 시장에서도 테이퍼링이 진행될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원·달러환율이 선반영 돼 서서히 오를 수는 있지만 테이퍼링 때문에 급격히 오르거나 않을 것”이라며 “유럽중앙은행(ECB)도 테이퍼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 강세 압력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테이퍼링을 하게 되면 유동성을 축소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를 확보하기 위해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원화가 약세를 보여 원·달러환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도 이미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연내 인상을 예고한 만큼 달러 강세가 어느정도 반감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불확실성 역시 크기 때문에 소폭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류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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