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이 미국의 경기 후퇴 위험이 늘고 있다는 경고를 잇따라 보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긴축에 나섰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경제학자들을 상대로 이달 진행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참가자들이 전망한 향후 12개월 동안의 경기 침체 확률은 평균 28%였다. 이는 1월 18%보다, 지난해 13%보다 높은 수준이다.
경제 자문 기업인 RSM US LLP의 수석 경제분석가 조 브루수엘라스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해소를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서 경제 전반에 걸쳐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공급 충격으로 경기침체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평균적으로 그들은 인플레이션이 조정된 올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가 1년 전보다 2.6% 증가할 것으로 봤다. 이는 6개월 전의 평균 전망치보다는 완전히 하락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10년 동안의 연평균 성장률 2.2%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7.9%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 등 긴축 정책에 돌입했다.
지난달 연준은 금리를 0.25%p 인상하고 연말까지 여섯 차례 남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모두 금리를 올릴 것을 시사했다. 특히 오는 5월 FOMC에서는 0.5%p 인상하는 공격적인 인상을 예고했다. 이는 15년 만에 가장 공격적인 속도다.
이번 조사 대상 경제학자 중 84%는 연준이 5월 0.5%p 인상을 예상했다. 그리고 57% 이상이 올 연말까지 두 차례 이상 0.5%p 인상을 예측했다.
이번 조사에서 분석가들은 연준이 올 연말까지 금리 중간선은 2.125%로 잡고 내년 12월까지 2.875% 수준까지 근접할 것으로 예쌍했다.
다만 이들은 인플레이션이 올 6월 평균 7.5%의 비율로, 12월 5.5%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내년 말이 되어야 연준의 목표치인 2% 수준에 가까운 2.9%까지 낮아질 것이라 추정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주요 경제 위험으로 남아 있다. 소비력과 소비자 신뢰를 약화시키고 연준의 긴축을 촉구한다.
AC커츠 앤드 어소시에이츠의 경제분석가 에이미 크루스 커츠는 통화정책은 물가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정책을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커츠는 향후 12개월 동안 경기 침체 가능성을 70%로 예측한 커츠는 “연준이 가진 유일한 정책 대응은 긴축하는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연준의 조치는 조만간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응답자 중 27%는 가장 큰 인플레이션 위협으로 임금 상승이나 노동시장 경직화를 꼽았다.
라보뱅크의 미국 수석 전략가 필립 마레이는 “우크라이나 위기는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또 다른 상승을 가져올 것이지만 이미 시작된 임금-물가 악순환은 물가 안정에 더 영구적인 위협”이라고 했다.
근로자들은 물가 상승을 따라잡기 위해 더 높은 임금을 받고 그 높은 임금은 기업들이 가격을 더 올리도록 자극한다. 마레이는 그 과정이 이미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경기 침체를 유도할 수 있을 만큼 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프라이 이코노믹스의 로버트 프라이는 향후 12개월 내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을 15%로 전망했지만 향후 24개월 내에 이 확률이 약 50%까지 올라갈 것이며 내년 3분기나 4분기부터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문제는 지난해 재정 및 통화정책에서 비롯된 수요 초과”라며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한 긴축을 더 오래 버틸수록 경기 침체는 더 깊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다수 경제학자들이 경기 침체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63%는 연준이 소위 시장에서 말하는 ‘연착륙’을 촉발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실업률이 사상 최저치에 가깝고 소득이 꾸준히 증가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소비자 부채를 감안할 때 경제가 긴축을 견뎌낼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LA) 캘리포니아대 앤더슨경영대학원 수석 경제분석가 레오 펠러는 “아직도 경제에 억눌린 수요와 모멘텀이 많다. 금리가 오르면 올해 성장률이 약 4~5%에서 2~3%로 낮아질 수 있어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서는 경기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WSJ이 재계, 학계, 금융계 65명을 대상으로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진행됐다. 모든 참가자들이 모든 질문에 답하지는 않았다고 WSJ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