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소셜미디어(SNS) 트위터 인수 추진 배경으로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를 두고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실리콘 밸리 내부 관계자들, 트위터 직원 등은 머스크의 플랫폼을 향한 야망이 회사의 성장 전망을 해치고 플랫폼을 불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머스크는 인수 제안서에서 “트위터가 표현의 자유를 위한 플랫폼이 될 가능성을 믿고 투자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기능에 사회 필수 요건”이라며 “그러나 이 회사는 현재 형태로는 이런 사회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 할 것이란 걸 깨달았다. 트위터는 비상장사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는 증오 표현, 잘못된 정보 및 기타 유해한 의사소통을 줄이기 위해 정책을 만들고 이를 시행하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전 공공 정책 이사인 케이티 하바스는 “머스크가 오늘날 진정으로 언론의 자유를 누리려면 절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그렇지 않으면 괴롭히는 사람들만 남고 다른 사람들은 쫓겨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800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트위터 사용자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를 줄곧 공개적으로 옹호해왔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트위터를 (주당) 54.20달러에 비상장 회사로 만드는 것은 이사회가 아닌 주주들이 결정해야 한다”며 찬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올리기도 했다.
그는 지난 14일 밴쿠버에서 열린 테드(TED) 콘퍼런스에선 “언론 자유를 위한 포괄적인 장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회사의 알고리즘을 대중에게 공개하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머스크의 이상이 소셜미디어 개척 초기의 이상이며 현재에는 맞지 않는다고 비판이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 레딧의 이샨 웡 전 CEO는 트위터를 통해 “나이 든 테크 리더들에게 인터넷은 자유, 새 개척지, 기술이 인류의 새로운 황금기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낙관론을 상징했다”며 “하지만 원칙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바뀌었다. 원칙을 둘러싼 실질적인 문제가 달라졌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더 많은 표현의 자유가 나쁜 표현에 대한 최선의 대응책이란 생각은 오늘날 세상에서 “순진하다”고 덧붙였다.
WP는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 때 조직적으로 허위정보를 퍼뜨렸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팔로워 네트워크를 잘못된 정보 ‘확성기’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백신 반대 운동가들은 수백만명의 사람들에게 음모를 퍼트렸다.
WP가 입수한 내부 문서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오늘날 트위터에서 건전한 소통을 위한 팀은 수십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 중 일부는 머스크의 인수 가능성에 대해 가장 우려하고 있다.
또 소셜미디어를 연구하는 연구원들은 트위터가 여전히 일부 규칙 위반에선 실수를 하지만, 가짜 계정과 허위 정보를 탐지하는 능력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한다.
트위터나 다른 소셜미디어가 최근 몇년 동안 취한 조치들 중 일부를 제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비영리 기구 디지털혐오방지센터의 임란 아흐메드 CEO는 “사람들이 여성 혐오와 인종차별적 학대를 스팸메일로 보낼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안전하지 않다”며 “광고주, 기업 파트너를 빠르게 잃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위터 임원인 에스더 크로포드도 “나는 표현의 자유를 매우 선호하지만 플랫폼의 건강과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선 한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위터 인수전에 자산운용사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도 참가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 회사는 머스크나 미국 사모펀드 토마브라보 등 다른 인수 희망자를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