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와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불려졌던 엔화의 가치가 추락하면서 23조달러 규모(약 2경8731조원) 미국 국채 시장에도 부정적인 소식이 되고 있다고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올해 달러 대비 일본 엔화 가치가 12% 떨어져 이 매체가 올해 추적한 41개 통화 중 최악을 기록했다. 엔화 가치는 지난 20일 한때 20여년 만의 최저치인 129엔대까지 내려갔다.
엔화 가치 추락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 인상에 나선 가운데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로 대규모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엔화를 팔아 달러를 사려는 투자자들 수요가 커졌다.
엔화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통화라는 점에서 시장에 미칠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연준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로 늘어난 자산을 축소하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할 전망이다. 연준은 미 국채 시장의 최대 투자자인 일본 기관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늘어날 국채 공급을 흡수해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엔화 약세로 이같은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 최근의 환율 변동으로 인해 환헤지 비용이 비싸지면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이를 감안한 10년물 미국채와 일본 국채 수익률 차이는 0.2%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시장 파장이 더 커지기 전에 엔화의 추락이 반전을 맞이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는 그런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고 WSJ는 밝혔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여전히 엔화 추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으며, 최근 일본의 경제 여건 등을 감안할 때 일본 중앙은행이 개입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은 회의적이다.
퍼스트이글 인베스트먼트의 아이다나 아피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정당화할 만큼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뜨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0.9% 상승하는데 그치는 등 다른 나라보다 낮은 수준이다.
앞서 웰스파고 증권은 “일본은행과 연준의 정책이 계속 엇갈릴 경우 엔화 가치 하락세가 지속할 수 있다”며 달러당 135엔 수준으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