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선물시장에서 밀과 옥수수 등 농산물 가격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날씨가 변수로 남은 만큼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치솟던 국제 농산물 가격의 하락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물시장에서 밀 선물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시점인 2월 24일 수준을 회복했다. 옥수수 가격도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지난해 국제 식량 가격이 치솟은 데 이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글로벌 농산물 시장이 요동을 쳤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밀의 28%, 옥수수의 15%를 수출한 농업 대국이며 러시아는 농업용 비료의 주요 수출국이고, 우크라이나는 해바라기씨유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 식량가격지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3월에는 전달보다 13%나 지수가 급등했다.
이후 식량가격지수는 3개월 연속 하락, 6월 기준으로 3월보다 3% 낮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유엔이 흑해 봉쇄로 막힌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을 다시 열기로 하면서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곡물 수출 재개 합의 직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최대 항구인 오데사항을 공격했으나, 우크라이나는 이르면 1일에는 곡물 수출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곡물 가격 하락은 이미 일부 국가의 소비자 물가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콜롬비아의 연간 식품 물가상승률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4월 최고점보다는 완화됐다. 이집트에서는 6월 식료품 가격이 하락했다고 정부가 발표했다.
경제학자들은 앞으로 몇달 내 추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JP모건은 글로벌 식품 물가 상승률이 2분기에는 13%에 달했지만, 4분기에는 절반 수준 이하인 5.5∼6%로 둔화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JP모건은 또 식품 물가 안정이 안정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1.5%포인트, 신흥시장 인플레이션을 2%포인트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경고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면서 농산물 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스페인, 이탈리아 및 미국 일부 지역에서 이례적인 고온과 건조한 날씨가 지속돼 식량 공급에 새로운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는 내년 세계 밀과 옥수수 생산량이 각각 1%, 2.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올해 수확량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된다”고 밝혔다.
롭 보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는 확실히 (국제 곡물) 가격이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아직도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있기 때문에 상황이 안정되고 좋아지고 있다는 예측을 하는데 매우 신중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주리대학의 농업경제학자 스콧 브라운은 “지금 당장은 불확실한 것이 너무 많다”라며 “내가 소비자라면 앞으로 식품 가격의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