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6개월 만에 최저치에 근접하면서 하락세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떨어진 유가가 잠재적 수요를 자극해 급등할 수 있다는 분석과 당분간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교차한다.
15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89.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0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3.1% 포인트 하락한 배럴당 95.1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의 경우 장중 한 때 2월 이후 6개월 만의 최저치인 배럴당 87달러 선 아래까지 떨어졌지만 회복하며 89달러 선에서 장을 마쳤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배럴당 90달러 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치솟기 시작했던 3월과 비교해 30% 가량 하락했다. 전쟁이 한창이던 3월 유가는 공급 차질 우려에 따라 한 때 배럴당 120달러 이상 거래되기도 했다.
이날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중국 경제침체 소식과 이에 따른 금리 인하 소식이 일시적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WSJ는 세계 석유의 15%를 소비하고 있는 중국발 석유 수요가 약화 신호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유가의 방향성에 주목하고 있다. 유가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과 오래가지 못하고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하락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은 최근 석유 생산국들의 증산 흐름에 기대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8월 첫 주 미국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1220만 배럴로 2020년 4월 이후 최대 생산량을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는 2027년까지 하루 100만 배럴의 생산량을 늘려 전체 원유 생산량을 일 1300만 배럴까지 증산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분석업체 ESAI에너지의 사라 에머슨 사장은 NYT 인터뷰에서 “유가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본다”며 “중국이 3분기 원유수입을 줄일 것으로 보이며, 여름철 휘발유 소비시즌이 끝나는 데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해 공급은 충분하지만 유가가 다시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 종료와 유럽이 겨울철 천연가스 대신 기름을 사용해 난방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가가 다시 반등할 요인도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NYT는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곳곳을 봉쇄했던 중국은 결국 다시 문을 열 수 있고 이는 원유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방출이 끝나는 11월 다시 보충해야 할 필요성도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재제에 대한 보복조치로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판매 통제를 더욱 강화함에 따라, 유럽의 전력회사들은 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더 많은 석유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NYT는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잠재적 석유 수요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보고서는 “지속적인 성장, 저실업, 가계 구매력 안정이라는 시나리오에 내재된 상품 가격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미즈호증권 로버트 요거 에너지 선물담당 이사는 “세계 최대 석유수출 업체는 생산량을 늘리고 고객 또한 늘릴 것”이라면서 “전반적으로 경제 상황이 더 나쁜 시나리오를 향해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