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오래 전부터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는 환상에 불과하며 실제 양국의 경제적 관계는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 경제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면서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우방국 위주의 공급망 재편)을 강조해 왔는데,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관계가 분리된 측면은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중 디커플링?…상반되는 통계들
중국과 미국의 교역 관계에는 미국인들의 틱톡 사용, 중국인들의 할리우드 영화 소비 등 서비스 무역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은 제대로 추적할 수가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확하게 집계 가능한 상품 무역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대(對)중국 수입 비중은 2017년 이후 3분의1 줄어든 약 14%로 기록됐다. 이 같은 감소의 상당 부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이후 발생한 것이다. 2018년 이전 미국은 중국에서 낸 통계보다도 더 많이 중국으로부터 수입을 해 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통계 등 다른 수치들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국은 2020~2023년 사이 대미 수출액이 300억 달러(약 40조원)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같은 기간 미국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이 1000억 달러(약 133조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차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수입업체들이 관세가 적용되는 범주에서 중국으로부터 구매하는 액수를 실제보다 적게 보고할 만한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앱솔루트스트레티지리서치(Absolute Strategy Research)의 아담 울프는 미국이 현재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20~25% 정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또 아시아개발은행(ADB)이 35개 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투입-산출’표에 따르면 2022년 중국의 민간 부문은 미국 기업들에 대해 평균 1.06%의 기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2017년 평균 0.41%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며, 독일이나 일본보다 더 큰 증가폭을 보인 것이다. 2017년에도 독일과 일본의 기여 수준은 각각 0.38%, 0.24%로 중국에 미치지 못했다. 해당 표를 통해선 한 국가에서의 경제활동이 다른 국가의 경제활동으로 이어지는 비율을 볼 수 있다.
‘여전한 커플링’ 배경엔 각종 요인들
이코노미스트는 이처럼 사실상 디커플링과는 거리가 먼 통계들의 이면에 어떤 배경이 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면서, 각종 요인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미국이 청정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과정에서 중국 전기 장비 수입이 중요해지는 측면, 미국 서비스 부문 기업들이 중국 소유 지적 재산권에 갈수록 의존하고 있다는 점 등이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언급했다.
또 중국의 발전으로 인한 무역 확대도 미국의 디커플링 의도에 반하고 있다고 봤다.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 확대를 꾸준히 추구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중국의 경제 정책 협의회인 중앙경제공작회의를 통해 반제품(완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제품) 무역 확대를 우선순위로 설정하기도 했다.
중국의 국영은행들은 신용사업의 초점을 기존 부동산업에서 제조업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수출량 증가 전망도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CATL 등 중국에 상당한 규모의 제조업체들이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측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