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도체 지원법을 폐기하겠다는 의지를 내놓으며, 미국에 진출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대만이 반도체 사업을 전부 가져갔다”며 우회적으로 반도체 지원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데 이어, 이번에는 반도체 지원법 폐기 의사를 직접적으로 밝혔다.
당장 미국 대선이 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트럼프의 이번 발언이 나오자 선거 결과에 따라 반도체 업계에 미칠 파장도 커질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과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지원법에 대해 “정말 나쁜 거래”라며 정면 비판했다.
그는 “단 10센트도 내놓지 않아도 됐다. 높은 관세를 부과해 그들이 와서 반도체 기업을 공짜로 설립하도록 해야 한다”며 “우리는 그들에게 공장을 짓도록 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 기업은 매우 부유한 기업들”이라며 “그들은 우리 사업의 95%를 훔쳤고 그게 지금 대만에 있다”며 TSMC를 겨냥하기도 했다.
앞서 그는 지난 7월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사업을 가져갔다며 대만에 대해서만 비판의 목소리를 냈지만, 이번에는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 자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내달 초 열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시 반도체 지원법이 폐기하거나 수정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졌다. 그는 현재까지 선거 유세를 하며 바이든 정부의 핵심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을 지원하는 법으로 삼성전자는 64억 달러(9조원), SK하이닉스는 4억5000만 달러(6200억원)의 보조금과 각종 세제 혜택을 받기로 결정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지원법이 폐기될 경우 삼성전자(텍사스주)와 SK하이닉스(인디애나주)의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이 차질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현지 원자재비 및 인건비가 급등하고 있어 비용 부담이 적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경우 고객사 확보도 늦어지면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완공 시점을 올해 말에서 2026년으로 미뤘는데 비용 부담까지 더하면 공장 완공 시점은 더 미뤄 수 있다.
반면,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첫 번째 파운드리 공장을 벌써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공장 가동 시점은 내년 상반기였지만 이보다 먼저 생산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TSMC는 미국 정부의 지원 여부에 다른 기업들보다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지 공장을 교두보로 삼아 미국 빅테크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TSMC 간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시 미국 투자 반도체 기업들이 받을 부정적 영향은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본다”며 “기업들은 양 후보의 정책에 대해 세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오차 범위 내의 초박빙인 상태다. 해리스 부통령은 현 반도체 지원법을 유지하며 보조금과 세금 혜택 등 지원을 지속할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