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전격 해임했다.
2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쿡 이사가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기록을 위조했다는 의혹을 근거로 해임 결정을 내렸다. 쿡은 연준 역사상 첫 흑인 여성 이사고, 그의 임기는 2038년까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서한에서 “해임할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연준 이사들은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하지만, 당신의 기만적이고 잠재적인 범죄적 행위로 인해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연방주택금융청(FHFA)은 쿡 이사가 미시간주 주택을 ‘주 거주지’로 등록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직후, 애틀랜타 콘도 대출을 신청하면서 역시 주 거주지로 내용을 기재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애틀랜타 콘도를 임대용 부동산으로 등록한 점을 문제 삼았다.
윌리엄 풀테 FHFA 청장은 쿡 이사가 “더 유리한 대출 조건을 얻기 위해 은행 문서와 부동산 기록을 위조했다”고 주장하며 법무부 조사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쿡 이사에게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해임하겠다고 경고했는데, 이는 개인을 겨냥한 조치라기보다 수개월간 이어져 온 백악관의 연준 압박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그는 앞서 제롬 파월 의장을 향해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공개 비난을 이어왔고, 최근 쿡 이사 공격까지 더해지며 연준을 향한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쿡 이사는 범죄 혐의로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없고, 이번 논란에 대해서도 “협박에 물러날 생각이 없다”며 “정당한 질문에 답하고 사실을 제시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수집 중”이라고 대응해 왔다.
NYT는 “이번 해임은 대통령이 독립기구인 연준 이사를 해임할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놓고 사상 초유의 법적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사유(cause)’가 있을 경우 이사를 해임할 수 있고, 이는 통상 직무 태만이나 비위 행위로 해석된다.
이번 결정은 금융 시스템 전반에도 파장을 예고한다. 연준은 정치로부터 독립된 통화정책 기구로 기능해왔으나, 쿡의 퇴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충성파 인사를새로 지명할 수 있게 됐다. 그는 금리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조기 인하가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번 해임으로 연준 이사회 7석 중 두 자리가 공석이 됐다. 앞서 이달 초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가 사임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후임으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 스티븐 미란을 지명했다. 두 자리 모두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관련기사 잭슨홀 덮친 ‘트럼프 연준 압박’…100년 독립성 시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