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발표한 8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일자리는 2만2000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저조한 수준으로, 지난해 월평균 순증 규모인 16만8000개는 물론 시장 예상치인 7만~8만 개에도 크게 못 미쳤다.
기업들은 경기 불확실성 속 인건비를 줄이고 신규 채용을 보류했으며, 업무를 AI로 대체하고 있다. 일부 경영진들은 대규모 정리해고를 ‘효율화 성과’로 내세우며 조직 슬림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강조한다.
일자리 감소는 경제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8월에는 제조업과 광업을 비롯한 상품 생산 부문 고용이 크게 줄었고, 서비스업에서도 비즈니스·전문서비스, IT 부문을 중심으로 대규모 감원이 진행됐다.
구인 공고도 빠르게 줄고 있다. 취업정보업체 인디드에 따르면 보육·사회복지·과학 연구·소매·서비스업·숙박업 등 대부분 업종에서 구인 수요가 쪼그라들었다. 인사·회계 같은 사무직 공고도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했다.

구조조정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컨설팅업체 챌린저는 올해 들어 8월까지 미국 기업들이 발표한 감원 규모가 80만 건 이상으로, 팬데믹 당시인 2020년 이후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연방정부 인력 감축, 점포·공장 폐쇄, 구조조정·파산 등이 주요 사유였고, AI와 직접 연관된 해고도 1만 건을 넘었다.
특히 소매업 감원은 전년 대비 242% 급증해 약 8만36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약 6000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전문가들은 관세 부담과 소비 위축이 겹치며 이 같은 흐름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에너지 업계도 감원 대열 합류…마이크로소프트·인텔 줄줄이 인력 축소
기업별로는 크로거가 올해 세 차례 감원을 단행했고, 나이키는 판매 부진과 연간 10억 달러에 달하는 관세 부담을 이유로 본사 인력의 1%를 줄였다. 에스티로더는 전체 인력의 11%에 해당하는 7000명을 감원했으며, 포에버21·파티시티·조앤·빅롯츠 등은 파산보호 신청 이후 본사 인력과 매장을 축소했다.
기술업계 역시 지난해 15만 명 이상을 해고한 데 이어 올해도 마이크로소프트가 1만5000명을 줄이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인텔은 수천 명을 감원했고, 세일즈포스는 AI 도입을 근거로 4000명을 줄였다. 오라클도 수천 명의 추가 감원을 예고했으며, 시스코는 매출 증가에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수백 명을 해고했다.
에너지 업계도 원가 상승과 유가 하락으로 구조조정이 확산되고 있다. 코노코필립스는 전 세계 인력의 20~25%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고용 둔화의 책임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돌리며 수개월째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연준은 관세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를 동결해왔지만, 지난달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고용시장 약세와 추가 둔화 위험을 언급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모기지은행협회(MBA)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크 프라탄토니는 “해고는 다소 늘었지만 신규 채용은 여전히 저조하다”며 “실직자나 신규 구직자 모두 일자리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