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 당국이 한국 기업의 공장 건설 현장을 상대로 대규모 불법 체류 단속을 벌인 데 대해 미국 재계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과 경제 정책이 충돌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 기업인들도 이민 정책이 핵심 노동력을 위협해 지역 경제 활동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경고에 나섰다.
9일 BBC에 따르면 기업 로비 단체인 전미주경영인연합(State Business Executives)의 제프 와스든 회장은 전날 백악관에 이메일을 보내 이 같은 우려를 전달했다.
와스든 회장은 “이번 조치는 실제적이든 의도치 않든 파급 효과와 부수적 영향을 다른 이들에게 미치고 있다”며 “합법적 신분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단속 중심에서 미국 이민 제도 개선으로 정책이 전환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월경 이민자 유입을 막은 건 환영할 일이지만, 이번 단속이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미국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가야 한다”며 “노동력에 초점을 맞추고, 여러 제도와 문제를 어떻게 고칠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조지아 소재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단속해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한 475명이 구금됐다.
한국인 대부분 단기 상용 비자(B1)나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 프로그램으로 입국한 전문 인력으로, 근로 활동이 불가한 신분으로 일한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는 전문직 취업 비자(H-1B)나 주재원 비자(E2)가 발급이 제한적이고 까다로운 탓에 기업들이 우회적으로 인력을 파견해 온 방식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급증했고, 무역 합의를 통해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 투자 약속까지 한 상황이어서 더욱 충격과 분노를 자아냈다.
트럼프 대통령 강성 지지층은 외국 기업이 현지 노동력이 아닌 본국 인력을 데려온다며, 노동력 창출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문제 삼고 있다.
다만 미국 내 숙련 인력 부족으로 초기 설비 세팅과 현지 노동자 교육 등을 위해 본국 인력이 필수적이라고 업계는 지적한다.
김재천 한미동남부상공회의소 회장은 BBC에 보낸 성명에서 “외국 기업들이 임시 근로자 비자를 확보하는 건 쉬운 과정이 아니다”라며 “이러한 지연은 미국의 차세대 제조 프로젝트 성공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