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관이 명관…캐럴, 옛곡이 음원차트 1위 왜?
머라이어 캐리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스 유’ 9위, 아리아나 그란데 ‘산타 텔 미’ 11위, 아이유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26위….
22일 오전 11시(한국시간) 기준 한국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의 톱100에서 상승 중인 곡들이다. 구관이 명관이다. 대중음악 연말 시장에서 캐럴이 확인하는 명제다. 최근 발표된 ‘윈터 송’보다 예전에 발표한 캐럴들이 순위에서 더 높은 자리에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비롯 K팝 아이돌들의 활약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선 예전 캐럴들의 차트 점령 사태가 더 도드라진다.
25일 자 빌보드 차트에 따르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스 유’가 ‘핫1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이번 주 ‘핫100’ 톱10 안에 캐리의 노래를 비롯 브렌다 리의 ‘록킹 어라운드 더 크리스마스 트리(Rockin’ Around The Christmas Tree)’가 2위, 보비 헬름스의 ‘징글벨 록(Jingle Bell Rock)’이 4위, ‘왬!(Wham!)’의 ‘라스트 크리스마스’가 9위에 오르는 등 고전 캐럴 6개가 들어갔다.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스 유’는 곧 국내 음원차트에서도 정상에 오를 것이라고 음원 유통사 소니뮤직은 예상했다. 이 곡은 작년 크리스마스 전후로 국내 여러 음원사이트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스 유’는 캐리가 1994년 발표한 앨범 ‘메리 크리스마스’에 실린 곡이다. 캐리와 프로듀서가 함께 만들었다. 역시 연말마다 소환되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2003) 등에 삽입되며 지속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핫100’에서 처음 1위를 차지한 건 발매 25년 만인 지난 2019년이다. 그 해 3번 ‘핫100’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같은 차트 정상에 2번 올랐다. 올해도 1위를 차지하며 핫100에서 통산 6차례 1위에 올라섰다.
3년 동안 연말마다 차트에 재등장, 캐리에게 ‘성탄 연금’ 같은 역을 하고 있다는 농담 같은 진담도 나온다. ‘더 선’ 등 외신에 따르면, 이 곡은 매년 5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까지 누적 저작권 수익만 6000만 달러(714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럴이 연말 시즌에 등장하는 건 예로부터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스포티파이 등 스트리밍 플랫폼이 계절별로 제공하는 플레이리스트를 선호하는 청취자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스트리밍 건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스 유’도 2017년 12월 처음으로 ‘핫100’ 10위권에 진입한 뒤 이후 꾸준히 역주행했다.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19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예년 같은 송년 모임이 줄어들면서 예전의 향수를 음악으로 달래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해석이다. 또 한 공간에서 음악을 듣던 이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청취 건수가 늘어났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신곡에도 기회는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기존 곡들이 플레이리스트 우선 순위가 되지만, 신곡 중에서도 취향이 맞다면 입소문이 나 ‘제2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스 유”가 나올 수도 있다.
올해 자작곡 6곡을 실은 크리스마스 앨범 ‘아이 드림 오브 크리스마스(I Dream of Christmas)’를 발매한 미국 싱어송라이터 노라 존스는 “멋지고 클래식한 크리스마스 곡들은 넘쳐난다. 제가 부르고 싶었던 곡들을 골랐고 그 이후에는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들어맞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