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양쯔충(楊紫瓊·60)이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여우주연 부문에서 아시아 국적 배우가 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며, 유색 인종이 이 상을 받은 건 할리 베리 이후 역대 두 번째다.
양쯔충은 12일 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타르’의 케이트 블란쳇, ‘더 파벨만스’의 미셸 윌리엄스, ‘블론드’의 아나 데 아르마스, ‘투 레슬리’의 앤드리아 라이즈버러와 함께 여우주연 부문 후보에 올라 오스카를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말레이시아 배우인 양쯔충은 아시아 국적 배우로는 최초로 이 상을 받는 역사를 썼다. 아시아 국적 여성 배우가 아카데미에서 연기상을 받은 건 윤여정(여우조연상) 이후 두 번째이기도 하다.
양쯔충은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올라 “모든 아이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다”며 “꿈을 크게 꿔라, 꿈은 이뤄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혹시나 당신의 전성기가 지났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말은 듣지 말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세상의 모든 어머니에게 이 상을 바친다”며 “세상 모든 어머니는 슈퍼히어로”라고 했다.
양쯔충은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중국계 이민자 여성 ‘에블린’을 연기했다. 그는 위기에 빠진 가족을 구하기 위해 전사(戰士)가 되기를 자처한 에블린을 맡아 앞선 참여한 작품들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무술 액션 연기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딸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깊은 감정 연기까지 선보이며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을 이끌어냈다.
양쯔충이 여우주연상을 받으면서 오스카엔 또 한 번 역사가 만들어졌다. 아카데미 여우주연 부문에서 백인이 아닌 배우가 상을 받은 건 2002년 ‘몬스터 볼’로 오스카를 손에 넣은 할리 베리 이후 두 번째다. 이번 시상식에서도 여우주연 부문 후보에 오른 배우들은 양쯔충을 제외하고 모두 백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