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 모델이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교수형 올가미를 목에 두른 듯한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화제다.
29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와 CBS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6일 이란계 미국인 마흘라가 자베리(33)는 칸 영화제 주 행사장인 팔레 데 페스티벌에 올가미 모양의 넥라인을 두른 검정색 롱 드레스를 입고 계단에 올랐다. 드레스 밑자락에는 ‘사형을 중단하라’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자베리는 영화제가 끝난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란 사람들에게 바친다”고 쓰고 30초 분량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고국의 사형제도에 항의하기 위해 교수형 매듭을 상징하는 넥라인의 드레스를 입은 자베리의 모습이 담겼다. 영상 속 자베리는 진지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면서 목을 쓰다듬거나 머리를 감싸 쥐는 포즈를 취했으며, 이란 반(反)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왔다. 이 영상은 현재 13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기록 중이다.
자베리가 올가미 드레스를 입고 칸 영화제에 등장한 것은 이란 정국과 연관이 있다. 이란 전역에서는 지난해 9월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 등 이슬람 율법이 요구하는 복장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 구금되던 중 의문사하면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세계 최대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지난해 최소 883명이 사형 집행으로 목숨을 잃었으며, 나라별로는 이란이 576명으로 가장 많았다. 올해 이란은 2015년 이후 가장 많은 사형을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베리의 의상은 소셜미디어에서 크게 주목받았으나 반응이 엇갈렸다. 마이클 도란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자베리의 드레스는 이란의 잔인한 처형 문제를 환기시켰다”라고 호평했으나, 미국 정치 저널리스트 야샤르 알리는 자베리의 행동에 대해 “수치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자베리는 “이란 사람들이 겪는 부당한 처형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이 드레스를 입었다”며 “칸 영화제에서 정치적 발언이 금지돼 드레스 뒷면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올가미의 의미는 잘 전달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