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화보 모델들이 소속사 대표에게 당한 성범죄 피해를 폭로했다.
지난 17일 방송된 MBC TV ‘실화탐사대’는 SNS(소셜미디어) 팔로워 300만여명을 보유한 유명 그라비아 모델 강인경의 폭로 방송으로 불거진 소속 회사 대표 A씨의 성범죄 의혹을 다뤘다.
지난달 강인경의 인터넷 방송에 출연한 3명의 모델 김다빈(가명)·송나연(가명)·김수정(가명)은 A씨로부터 오랜 기간 성추행·강간 등의 성폭력을 당했다며 충격적인 폭로를 했다.
이날 방송에서 송나연은 생계 유지를 위해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송나연은 “어렸을때부터 아빠가 안 계셨다. 동생이 엄청 어리고 제가 성인이 되어서는 가장 역할을 해야 했다. 화보 모델은 그래도 좀 더 열심히 하면 빨리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김수정은 모델을 꿈꾸면서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왔는데, 첫 촬영때부터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 김수정은 “성폭행 당하는 영상을 대표가 찍었다”며 “이게 유포될까봐 그냥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강인경의 친구이자 그녀의 소개로 모델 활동을 시작한 김다빈은 4년간 성범죄 피해를 당했지만, 되려 자신이 비난받지 않을까 걱정돼 그간 고통을 말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A씨는 자신이 성폭행했다는 증거를 갖고 오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다빈이 “피해자들이 더 있다면 두려워 말고 함께해 달라”고 요청하자 유사한 성폭력 피해를 당한 모델들의 연락이 이어졌다. 모델들의 폭로 방송 이후 추가로 피해 사실을 증언한 사람은 약 10명. 대부분 20대 초반의 사회초년생들이었는데 미성년자도 포함돼 충격을 안겼다.
김다빈·송나연·김수정은 서로의 피해를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고 했다. 김다빈은 “제가 제일 오래 됐다. 2020년부터 당했으니까 거기서 처음 말을 안해서 이 친구들이 당한 것만 같았다.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당한게 너무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다빈은 “스태프들이 많이 있는 상태에서 찍는 게 아니라 단둘이서만 찍는 것이라고 하더라. 찍다가 갑자기 표정이 좋지 않다고 눈빛이 뭔가 있어야 된다며 침대에 누워 보라고 했다. 갑자기 옷을 들추더니 중요 부위를 만지고 핥기 시작했다. 굉장히 당황스럽고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또다른 피해자도 “저보다 체격이 크고 힘이 센 남자랑 1대 1로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게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단둘이서 진행되는 화보 촬영이 업계에서 일반적인 상황인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실화탐사대’ 제작진은 동종업계 종사자를 만났다. 이 관계자는 “저희 업체에서는 작가와 헤어 메이크업하는 실장 모두 여성만 고용한다”며 “제가 알기로는 타업체도 그렇고 1대1로 (화보 촬영)하는 경우는 없다. 1대1로 한다는 소리를 들었을때 결국 범죄 행위를 위한 세팅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동종업계 종사자는 “바디를 터치하면서 자세를 수정한다든지, 가슴을 터치하면서 뭔가 한다든지 하는 건 사실 말도 안된다. 그 사람이 이상했던 것”이라고 짚었다.
세 사람은 지난달 17일 A씨를 강제추행, 유사강간, 강간 등의 혐의로 형사 고소했으며, 강인경은 피해자들을 돕고 있는 상황이다. 강인경은 “애들이 당한 피해가 너무 컸고, 분노도 너무 컸다. 이 부분에 대해 대표에게 이야기하면 고소장 내용을 물어보거나 증거가 있냐고 물어보면서 시간을 끌었다.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애들을 농락한 부분을 보고 화가 났다”고 말했다.
A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실화탐사대’ 제작진은 그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으나 전원이 꺼져있었다. 그의 사무실에서 우연히 회사 직원을 만났는데, 이 직원은 자신이 A씨의 동생이라고 밝혔다.
A씨 동생은 “저희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다가 당한 것이다. 저희랑 스케줄 이동할 때 헤헤거리고 호호거리던 친구가 어느날 갑자기 아침에 와서 ‘대표가 이렇게 했다’, ‘회사가 날 이렇게 해버렸다’고 해버리면 할 말이 없다. 그러니까 저희도 지금 너무 어이가 없고 황당하다”며 A씨의 입장을 대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