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선균(48)이 20일 마약 투약 관련 내사를 사실상 인정하면서 그와 관련된 모든 콘텐츠가 앞으로 당분간 대중에 공개될 수 없게 됐다. 이선균은 영화·드라마 모두에서 주연 배우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업계가 입을 피해는 유아인 사건 못지 않을 거로 예상된다. 연예계 관계자는 “이선균은 거의 대부분 작품에서 분량이 가장 많은 배우이기 때문에 편집을 한다는 게 불가능하다. 이선균과 엮여 있는 영화·드라마는 사건이 일단락 될 때까지 대중에 공개되기가 힘들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선균이 촬영을 마쳤거나 현재 촬영 중인 거로 알려진 작품은 현재까지 총 3개다. 먼저 영화 ‘탈출: PROJECT SILENCE’가 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던 이 작품은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 공개 예정이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개봉이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이선균과 함께 주지훈·김희원 등이 출연했으며, ‘굿바이 싱글’ 등을 연출한 김태곤 감독이 만들었다.
조정석·유재명 등과 호흡을 맞춘 ‘행복의 나라’도 ‘탈출: PROJECT SILENCE’와 같은 처지가 됐다. 이 작품 역시 모든 촬영을 마친 상태로 후반 작업을 하며 개봉 일정을 조율 중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향후 수 년 간 나올 수 없게 됐다. 이 작품은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만든 추창민 감독이 연출했다. 두 영화 배급사들은 모두 “일단 수사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전날 첫 촬영을 한 드라마 ‘노 웨이 아웃’은 출항하자마자 좌초됐다. 이선균과 함께 염정아·김무열·유재명·이광수 등이 출연하는 이 작품은 이선균 관련 보도가 처음 나온 날 촬영을 시작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이선균은 2회차인 이날부터 촬영이 예정돼 있었다. ‘노 웨이 아웃’ 측은 배우 교체 등 모든 방안을 고려 중인 거로 알려졌다. 이 드라마는 ‘국가부도의 날’ ‘인생은 아름다워’ 등의 최국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만약 이선균이 내사 단계에서 혐의를 벗게 된다면 이들 작품 모두 정상 개봉할 수 있다. 그러나 이선균이 마약 공급책에게 협박을 당해 수억원을 건넸다는 보도까지 나왔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계 업계 중론이다. 이선균이 측이 내놓은 입장문에도 마약 투약 사실을 부정하는 단어는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경찰·검찰 조사를 거쳐 재판에 넘겨지는 걸 피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된 건 아니지만 경찰이 내사 단계에서 이 정도 정보를 언론에 언급했다는 건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있다는 얘기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선균이 법정에서 마약 투약과 무관하다는 게 밝혀진다고 해도 재판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그와 관련된 모든 작품이 대중에 공개될 수 없다는 점에서 업계는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앞서 배우 하정우가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수사 받고 기소돼 1심 선고가 내려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1년7개월이었다. 유아인 역시 검찰 기소까지만 약 8개월이 걸렸다. 유아인이 출연한 영화 ‘승부’ ‘하이파이브’, 드라마 ‘종말의 바보’는 촬영을 한참 전에 마치고도 여전히 공개일을 못 잡고 있으며, 출연 예정이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2’는 촬영 직전 배우를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