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 간판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겸 솔로가수 리사(LISA)가 팀 멤버 자격에 이어 솔로로도 미국 대형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을 달궜다.
리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인디오 엠파이어 폴로 클럽에서 열린 올해 코첼라 페스티벌 1주차 첫째 날인 11일(현지시간) 사하라 무대에 올라 현장을 뒤흔들었다.
리사는 블랙핑크 멤버로 2019년 코첼라에 처음 출연했다. 블랙핑크는 2023년 K팝 아티스트 첫 헤드라이너로 이 페스티벌에서 존재감을 각인했다. 리사는 이번엔 솔로로서 코첼라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오프닝부터 강력했다. 금속성이 펄럭이는 보디슈트를 입고 높은 기둥 위에서 등장한 리사는 천둥이 치는 듯한 ‘선더(Thunder)’를 첫 곡으로 택했다. 마치 번개가 내리는 걸 연상케 하는 거대한 원형 조명과 그녀의 허리를 묶은 체인은 스펙터클을 선사했다. 이어 ‘퍽 업 더 월드(FXCK Up the World)’에서 강렬한 랩을 선보이며, 페스티벌 현장을 장악했다.
1990년대 인기를 누린 미국 CCM 록 밴드 ‘식스펜스 넌 더 리처(Sixpence None the Richer)’의 ‘키스 미(Kiss Me)’를 샘플링한 ‘문릿 플로어(Moonlit Floor)’를 비롯해 ‘엘라스티걸(Elastigirl)’, ‘록스타(Rockstar)’ 등 현재 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과거 명곡들을 재해석한 노래들도 인상적이었다고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는 전했다. 록스타는 이날 세트리스트 마지막 곡이기도 했다.

이 매체는 “‘엘라리스걸”은 시아라(Ciara)의 ‘오(Oh)’를, ‘록스타’는 M.I.A의 ‘배드 걸스(Bad Girls)’를 재해석했는데, 리사가 능숙하지 않았다면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은유적 동작들이었다. ‘록스타’에서 보여준 예술적이고 경쾌한 춤은 관객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머니(Money)’에선 폭발적인 랩 실력을 증명했고, ‘웬 아임 위드 유(When I’m With You)’로는 애틋한 복고풍 R&B를 선보였는데 이는 리사의 스펙트럼 넓이였다.
디스코곡 ‘본 어게인(Born Again)’, 드럼이 쿵쾅거리는 ‘라이프스타일(Lifestyle)’, 사랑을 노래한 ‘드림(Dream)’ 등 역시 짧은 시간에 리사의 음악적 소화 범위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세트리스트였다. ‘드림’의 고음은 안정적인 라이브 실력을 증거한 대목이었다.
50여분의 러닝타임 동안 의상을 총 다섯 벌 소화한 점은 리사가 자신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리사는 또한 침묵 퍼포먼스로, 수많은 관객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무대매너도 선보였다. 엑스(X) 등 소셜 미디어는 리사 이름과 코첼라를 조합한 ‘리사첼라(LISACHELLA)’와 함께 무대 곳곳에 녹아든 리사의 고국 태국 문화에 호평하는 ‘타이코닉(THAICONIC)’의 해시태그로 뒤덮였다.
LA타임스는 “리사는 이번 세트리스트에서 블랙핑크는 전형적인 K팝 멜로디의 트릭이나 요소를 완전히 벗어던졌다. 이 곡들은 새롭게 드러낼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증명했다”면서 “K팝은 너무나 빠르게 발전해서 6년 전이 마치 오래 전처럼 느껴지지만, 리사는 과거를 돌아볼 만큼 충분히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리사와 함께 미국 HBO ‘더 화이트 로투스(The White Lotus)’ 시즌 3에 출연했던 미국 배우 패트릭 슈워제네거 등이 객석에서 그녀를 응원했다.
특히 블랙핑크 동료인 로제도 리사를 응원하기 위해 관객으로 현장을 찾았다. 블랙핑크 다른 멤버인 제니는 13일 코첼라에서 단독 무대를 선보인다. 리사는 코첼라 2주차인 18일에도 출연한다. 리사는 이번 공연의 사진 촬영을 허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