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박이 내 길인가”
신정환과 강병규는 최근 유튜브 영상에서 과거 도박 경험을 스스럼없이 털어놨다. 신정환은 “27살 때 200만원으로 2000만원을 따며 도박의 맛을 알게 됐다”고 했다. 강병규는 “라스베이거스에서 100달러로 5분도 안 돼서 8000달러를 땄다”고 했다.
VIP 대우와 한탕의 짜릿함이 “이게 내 길인가” 싶었지만, 결국엔 “다 잃었다”는 자조로 끝났다. 이 영상에는 “최근에 본 것 중 제일 재밌네”라는 응원과 “뻔뻔하다”는 비난이 나란히 달렸다.
연예인 범죄 고백은 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수 김장훈도 최근 유튜브에서 과거 기내 흡연으로 벌금형을 받았던 일을 가볍게 이야기했다. “하나님 곁에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싶었다”는 농담이 웃음을 자아냈지만, 일부에선 “기부천사답지 않은 실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마약 투약으로 물의를 빚었던 로버트 할리도 방송에서 “아버지의 죽음과 기면증, 잘못 만난 불법체류자의 권유로 마약을 했다”고 털어놨다. “해선 안 될 선택이었다”고 자책했지만, 그 고백 역시 방송의 한 장면으로 소비됐다.
연예인의 범죄 고백은 이제 하나의 예능 문법이 됐다. 제작진은 자조적인 농담과 울컥한 표정까지 놓치지 않고 담아낸다. 편집과 자막으로 ‘인간적인 이야기’를 연출한다. 솔직함은 화제를 만들고, 조회수를 끌어온다. 결국 범죄 경력마저 하나의 상품으로 소비된다.

김교석 문화평론가는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요즘 시대에는 연예인이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극도의 진정성을 어필한다”며 “범죄 고백도 결국 친밀도를 높이고 좋은 사람으로 다시 다가가려는 기회로 활용된다”고 분석했다.
연예인의 범죄 고백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단순하지만 복합적이다. 시청자는 연예인의 실수와 나약함을 보며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며 위로를 받는다. 동시에 “나는 저러지 않는다”며 심판자의 자리에서 우월감을 느낀다.
모든 범죄 고백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건 잘못을 인정하고 과거를 덮지 않겠다는 태도로도 읽힌다. 유명인의 실패담이 같은 잘못을 경계하게 만드는 반면교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고백이 기획된 엔터테인먼트로 소비될 때다. 카메라 앞의 눈물과 농담이 계산된 연출이 되면 반성은 오락으로 전락한다. 죄의 무게는 사라지고, 잘못은 ‘재밌는 실패담’으로 포장된다. 결국 “말하면 다 용서된다”는 분위기 속에서 범죄가 전염되듯 번질 수도 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이미 알려진 범죄 사건에 대한 궁금증을 채워주려는 의도는 이해되지만, 단순한 웃음 소재로 소비되는 건 사회적 영향력 측면에서 매우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재근 평론가도 “과거 잘못을 진심으로 참회하며 이야기하는 건 의미가 있지만, 이를 가볍게 오락 소재로 소비하는 건 문제”라며 “특히 어린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