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가없다’는 6일(현지 시각) 베네치아 리도 팔라초 델 시네마 살라 그란데 열린 82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에 도전했지만 무관에 그쳤다. 은사자상 심사위원대상, 은사사상 감독상, 심사위원특별상, 각본상 등 다른 주요 부문에서도 수상하지 못했다.
박 감독은 폐막식 직후 현지 취재진과 만나 “내가 만든 어떤 영화보다 관객 반응이 좋아서 이미 큰 상을 받은 기분”이라고 했다.
베네치아 불발 박찬욱 “이미 상 받은 기분”…짐 자머시 황금사자상(종합2보)
황금사자상은 자머시 감독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가 받았다. “말 안 돼(Oh, Shit)”이라고 말하며 무대에 선 자머시 감독은 “경쟁을 위해 영화를 만드는 건 아니지만 이 뜻밖의 영예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조용한 영화를 알아봐줘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자머시 감독은 일본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를 언급하며 여전히 영화를 배워가고 있다고 했다. 구로사와 감독은 199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받을 때 “여전히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말에 공감한다고 한 것이다. 그는 “저도 매번 배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독립영화를 대표하는 이름이 션 베이커라면 베이커 이전 미국 독립영화의 아이콘은 자머시다.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베네치아에서 공개된 이후 자머시 감독의 명성에 걸맞는 출중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는 미국·아일랜드·프랑스를 각각 배경으로 에피소드 3개(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를 하나로 묶어 완성한 작품이다. 자머시 감독 영화 키워드가 절제·침묵·여백 등 단어로 설명되는 미니멀리즘인 것에 딱 맞게 이 영화 역시 가족·노년·기억 등의 테마를 특별한 드라마가 없는 짧은 영화 3편에 단정하면서도 밀도 있게 담아냈다는 평을 끌어냈다.
베네치아 현지 평단은 이 영화를 두고 묘한 여운이 오래 남는 정갈한 작품이라고 말하며 평점 평균 4점(5점 만점)을 줬다고, 영국 가디언 역시 “과장된 기교 대신 정밀한 대화와 침묵을 탁월하게 연출해냈다”고 평했다. 자머시 감독이 베네치아에서 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은사자상 심사위원대상은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의 ‘힌드 라잡의 목소리’가 받았다. 지난해 1월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숨진 6세 소녀 힌드 라잡과 그의 가족 그리고 그들을 구하려다 함께 목숨을 잃은 두 구급대원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영화는 시사 직후 23분 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은사자상 감독상은 베니 샤프디 감독의 ‘스매싱 머신’이, 심사위원특별상은 잔프랑코 로시 감독의 ‘구름 아래’가 거머쥐었다. 여성배우상은 ‘선라이즈 온 어스 올’의 중국 배우 신즈레이가, 남성배우상은 ‘라 그라찌아’의 토니 세르빌로가 차지했다.
한편 박 감독의 12번째 장편인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뤘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가 갑작스럽게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을 하기 위해 자신만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이병헌이 만수를, 손예진이 만수 아내 미리를 연기했다. 이와 함께 박희순·이성민·염혜란·차승원 등이 출연했다.
이 작품은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트(Donald E. Westlake)가 1997년에 내놓은 소설 ‘액스'(The Ax)가 원작이다. 이 작품은 중산층 남성이 회사에서 정리해고 당한 뒤 다시 취업하기 위해 잠재적 경쟁자들을 살해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수상작(자)
▲황금사자상=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짐 자머시)
▲은사자상 심사위원대상=힌드 라잡의 목소리(카우타르 벤 하니야)
▲은사자상 감독상=스매싱 머신(베니 샤프디)
▲심사위원특별상=구름 아래(잔프랑코 로시)
▲남성배우상=토니 세르빌로(라 그라찌아)
▲여성배우상=신즈레이(선라이즈 온 어스 올)
▲신인배우상=루나 배들러(사일런트 프렌드)
▲각본상=발레리 돈젤리, 질 마르샹(앳 워크)
K-News LA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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