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상 배우의 등장에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지난달 30일 가디언, BBC 등 외신은 인공지능 스튜디오 ‘시코이아'(Xicoia)가 최근 가상 인물 ‘틸리 노우드'(Tilly Norwood)를 선보였다고 보도했다. 시코이아는 네덜란드 출신의 코미디언 엘린 반 데르 이 운영하는 AI 제작사 ‘파티클6(Particle6)’의 자회사다.
논란은 벨덴이 지난달 28일 취리히 영화제의 주요 행사인 ‘취리히 서밋’에서 틸리 노우드를 홍보하면서 불거졌다. 벨덴은 당시 “노우드를 처음 선보였을 때는 ‘저게 뭐지?’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지금은 많은 에이전시들이 노우드를 주목하고 있다. 곧 계약 체결과 관련해서도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이를 두고 “노우드는 차세대 스칼렛 요한슨으로 거론되고 있다”며 “여러 스튜디오에서 그녀와 함께 작업하기를 원하고 있고, 그녀를 홍보하기 위해 연예 기획사까지 줄을 서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영화계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은 성명을 내고 “노우드는 배우가 아닌 수많은 전문 연기자들의 작업들을 바탕으로 훈련된 컴퓨터 프로그램이 생성한 캐릭터”라며 “허락 없이 만들어진 이 캐릭터는 삶의 경험이나 감정을 끌어낼 수 없고, 우리가 본 바에 따르면 관객들은 인간의 경험과 무관한 AI 생성 콘텐츠를 보는데 관심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할리우드 배우들도 가세했다. 영화 ‘스크림’의 멜리사 바레라는 인스타그램에 “이런 짓을 하는 에이전트는 고용된 모든 배우들에게 엉덩이를 걷어차여야 한다”라고 했고, ‘마틸다’의 마라 윌슨은 “그녀를 만들기 위해 합성된 수백 명의 젊은 여성들은 어떻게 됐나. 그들을 고용할 수는 없었나”라고 지적했다. ‘판타스틱 포’의 랄프 이네슨은 X에 “꺼져”라는 짧고 굵은 한 마디로 분노를 드러냈다.
논란이 커지자 벨덴은 해명에 나섰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노우드는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닌 창조적인 예술 작품이다. 아예 별도의 장르로 평가돼야 한다”며 “그를 창조하는 것은 저에게 상상력과 장인 정신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이는 캐릭터를 그리거나, 역할을 쓰거나, 연기를 구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AI는 이미 할리우드의 ‘뜨거운 감자’다. SAG-AFTRA는 2년 전 영화·TV 배우들에 대한 AI 관련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며 파업한 바 있고, 지난해에도 비디오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인공지능(AI)으로부터의 직업 보호 조치 등이 명확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파업을 벌였다.
SAG-AFTRA는 “AI 배우는 현실의 배우들의 연기를 훔쳐 그들을 일자리에서 몰아내고, 공연자의 생계를 위협하며, 인간의 예술성을 평가절하하는 문제를 야기할 뿐”이라고 지적했다.